엄마.
김꼬마.
2004.03.31
조회 100
저녁 7시가 좀 넘은 시각..
엄마가..
알타리를 좀 담아 드시고 싶은데 몸이 여~엉 안 좋으시다며 도움을 청하십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저인지라 어지간해선 부르시질 않는데 어쩐일인가 싶어 많이 묻지도 못하고 얼른 전화를 내려놨습니다.
다행히 늦게까지 임자를 못 만난 알타리 다섯단을 사들고 들어와 다듬고, 죽도 쒀 놓았습니다.
오늘 아침엔 애들마저도 서둘러 학교에 떠밀어 보내고 혹시나 싶어 냉동실에 있던 생강이며 마늘을 챙겨 한걸음에 엄마네로 달려갔습니다.
낑낑대고 올라가 얼굴을 보니 전화 목소리만큼 심각한 건 아니다 싶어 한시름 놓는데...
시작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잔.소.리..
알타리 담아온 봉투를 뒤적거려 보시더니
무가 어째 좀 질겨보인다.. 에구 애 이건 너무 시든거 아니냐..
(슬쩍 제 눈치를 보시더니..)그래도 밑에 있는거는 쫌 낫네..하십니다.
-엄마, 한 배에서 나온 자식도 다 틀리고, 손가락 다섯 개도 모양이 다 틀린데..알타리 그만큼이 어떻게 다 똑같이 좋아요..좀 섞여 있을 수도 있고 그런거지..
목소리 톤을 좀 높여 딱 잘라 말했더니..
바로 또 받아치십니다..
아니 애 왜 무를 싹 다 안 벗기고 이렇게 군데군데 남겨놨니?
난 이렇게 안하는데..이럼 나중에 흙 씹힐수도 있잖니..
씻기도 어렵구...(말끝을 흐리십니다..)
-엄마! 좀 번거로워서 그렇지 무를 그렇게 감자 깎듯이 다 벗겨내면 영양가가 다 도망가는 거래잖아..그래서 남겨 둔건데..뭘 그러우.. 그리구 내가 씻을거니까 염려 말구..행여 나중에 드시다 흙 씹히면 내가 통째로 다시 담아줄테니까..됐수?
.
.
그렇게 시작한 잔소리가 알타리를 씻고 절이는 과정에서부터 커다란 그릇들 다 씻어 엎어놓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 멈추질 않습니다.
제 속으론..그래 엄마도 기운 있으니까 이러는 거지..호호할머니 돼 봐..어디 이렇게 잔소리 할 수 있나..하면서 꾸~욱 꾹 참았습니다.
분명 엄마한테 배워간 부엌살림이었는데 시부모님과 10여년을 살다보니 어느새 제가 하는 일들이 훌쩍 시어머니를 닮아 있었던가 봅니다.

계속 찬물을 만져서 퍼릇한 손등에, 발라지지도 않는 핸드크림 펴바르며 엄마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엄마...난 하나님께 감사해..
명절 때나 제사 때 엄마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엄마한테 며느리가 없는게 얼마나 다행인지..그 며느리 불쌍해서 어떻게 보겠수..
뭬야? 하는 소리와 함께 등짝을 한 대 맞고 나오긴 했지만..좀 심하게 말했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엄말 혼자 두고 돌아서 나오는데 한편으론 그렇게 복딱거릴 며느리라도 곁에 있음 엄마가 좀 덜 외로울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딸이 많으면 비행기 탄다는데 여지껏 엄마 비행기 한번 태워드려 본적도 없는 저를 돌아보니..무쟈게 맘이 씁쓸하더군요.
엄마..미안쏘리..
아프지나 마요..
언제라도 부르면 달려갈테니..

아침에 엄마한테 달려가느라 우리집 = 폭탄맞은 집입니다.
얼릉얼릉 치우고 우아하게 4시에 뵐게요..
바이..

청곡은..
반가운 이명훈씨 노래 듣는걸로 만족할랍니다.
저희 큰언니가 월매나 좋아했는지..(언니 이름이 영아..인데 이명훈씨가 내사랑 영아를 부르셨으니 오죽했겠어요..)
밤새 기타줄 튕기며 불러대는 바람에 어린 저까지도 줄줄 외워부를 정도였으니까요.
얼마전 TV에서 뵌 모습 그대로 떠올리면 되는거죠? 긴머리 헤어스타일까지..

진짜
바이..

안양, 비산동에서 잘살고 있는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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