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땐 무작정 기차 역으로나가
야간 완행 열차에 몸을 맡긴채 훌쩍 떠날수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누구한테 구속받는게 싫어서 혼자 다니는걸 좋아했던 탓에
부담없이 마음내키는대로 갈수 있어서 좋긴했지만 옆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느냐에따라 즐거운 여행이 될수도 있고
불편한 여행이 될수도 있죠.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목포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떠나기전
그 설레임은 이루 말할수 없을정도였죠.
낯선 사람과 마주앉아 낯선 도시를향해 가면서 주고 받는
대화속에 또다른 지식을 쌓을수도있고 중간중간 옆자리
사람이 바뀔때마다 느끼는 감정도 다르고...
지역마다 사투리도 틀리고...
밤새 달려온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해역전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고추가루 듬뿍넣은 천원짜리 순두부 한냄비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 비릿한 바다냄새 맡으며 걸어 오르던 유달산.
투박한 남도 사투리에웃음도 나오고 유달산 조각 공원에서
바라보던 삼학도와 이름모를수 많은 섬을 보며 낯선 풍경에
감탄도 하고,통통거리며 항구를 떠나는 어선위로 갈매기
떼지어 날으고....
잠시 머물렀다 밤새 달려왔던 그길로 되돌아오는길에 본
차창밖 풍경은 한폭의 수채화 같았습니다.
물 안개 피어나는 영산강 수면위에 한가로이 노 젓는 뱃 사공과
나룻배 한척...
대전쯤에선가부터 같이 앉아 오게된 예쁘장한 단발머리
아가씨와 어색하게 주고 받기 시작했던 대화가 서울이
가까워지니 정도 들고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연락처를 주고
받은후 아쉬운 발길을 돌리던 그 순간이후 3개월동안
일요일빼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전화해 경리 아가씨를 귀찮게
해서 밉상도 받았지만 일요일은 어김없이 그녀 만나는 재미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쏘다니던 서울거리....
그녀는 간호 학원생 이였었지요.
혼자 떠난 여행에서만났던 그 친구와 나누었던 추억들이
생각납니다......
이별여행.
군대가기전 3년넘게 귀찮을 정도로 따라 다니던 그 친구와 떠난
짧은 이별여행.
역전 어느 지하 다방에서 만난 그녀앞에 말없이 내밀었던
지원 입영통지서.
나 이제어떡하면 좋으냐며 마냥 흐느끼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려 하는척하며 떠난 여행이 둘다 마음이 편할리 없었지요
가까운 청송 주왕산으로 갔었는데 떠날때부터버스 좌석도 따로
앉았고 주왕산에 도착해서 추운날씨에 점심도 굶고 험한
산길을 걸을때도 저만치 앞장서서 걷기만 했는데 산에 가는데
무슨 폼 잡을일 있다고 뒷굽높은 구두를 신고 따라오며
같이가자고 울면서 하소연 하는데도 못 들은척하며 걷기만
했었답니다.
오기가 났는지 구두를 벗어들고 몇 발짝따라오다 퍼질러 앉아
원망어린 시선으로 쏘아보던 그 애처로운 눈빛..
오기 싸움좀하다내려와서 버스를 탓는데 또 따로따로 앉아서
왔지요.옆 눈으로 슬쩍보니 우는 모습이 얼마나 불쌍하게
여겨지던지...
정 끊으려고,냉정하려고,독한마음먹고 마음에도 없는짓도하고
계획된 이별 여행 눈치도 못채고 좋아하던 그녀도 나중엔
알았는지 쓴 웃음만짓고...
왜 그렇게 밉던지요.
세상에 태어나 가수 조용필 다음에 좋아했다던 나 였는데...
며칠후 저는 군입대를 했고 몇년간 소식도 모르고 지냈는데
하필이면 결혼식날 구두 닦으러갔다 오는 길에 정면으로
그녀와마주치게 되었는데 정말 난감하더군요.
그래서 어떡게 하셨냐구요.
걸음아 나 살려야하고 무조건 도망왔답니다.
여행은 인연을 맺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연을 끊게도
한답니다.
어쩌다보니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있었어도 이해해
주시길 당부합니다.
현명한 여러분들은 어떤 여행을 선택 하시렵니까?...
조용필:여행을떠나요.
윤수일:유랑자
시흥시 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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