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하니까 7년 전에 갔었던 소풍이 생각납니다. 소풍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을 만큼 제게는 너무나 특별한 날이었거든요. 거의 이십 오년 만에 다시 가본 소풍이었으니까요. 우리를 태우고 떠날 관광버스에는 머리가 뽀글거리고 잔주름 많은 주부들이 가득 타고 있었어요. 바로 주부학교 소풍날이었기 때문이죠. 저도 주부학교 학생이었고, 우리를 태운 차는 유원지를 향해 떠났습니다.
차창 밖으로는 화사한 봄꽃이 우릴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저는 그만 가슴이 벅차올라 눈시울이 붉어졌죠. 봄빛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화사한 봄꽃들을 보며 저는 잠시 추억 속에 빠져들었거든요.
맨 마지막으로 소풍을 갔던 중학교 삼학년 때 봄 소풍이 떠올랐습니다. 학교가 있던 면내 바닷가로 소풍을 갔던 그날 아침, 저는 도시락도 없이 소풍을 떠났어요. 당시 아버지는 병을 앓고 있었고, 우리 집 가정형편은 너무나 좋지 않았었거든요. 그나마 중학교 삼학년을 마지막으로 저의 학창시절은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긴 세월동안 생활에 쫓겨 살다 불혹을 넘긴 어느 날, 저는 다시 책가방을 들게 되었어요. 정말 하고 싶었던 공부였기에 학교에 다니는 날들은 꿈만 같았습니다. 공부도 재미있었고 교실, 책상, 교과서 같은 것들이 절 너무나 행복하게 했습니다. 그러니 봄 소풍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행복 그 자체였지요.
물론, 어렸을 때 갔던 소풍하고는 많이 달랐지만 소풍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그건 저뿐만이 아니었지요. 우리 반은 서른 네 명이었는데 평균 나이가 쉰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도 모두 소녀들처럼 설렘이 가득한 얼굴이었어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각자 싸간 도시락을 나눠먹고 피구경기를 했습니다. 피구를 하고 난 다음에는 반별로 잔디밭에 앉아 수건돌리기도 하고, 꼬리잡기도 하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지요. 단 하루였지만 예전 학창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봄 소풍의 즐거움에 푹 빠졌습니다. 지금도 그때 사진을 보면 가슴이 설레니 봄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계절인가 봅니다.
행복했던 소풍의 추억
장미숙
2013.03.04
조회 57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