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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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1/10(화) 잔혹동시 어린이 "댓글에 상처받아 밥 굶기도"
2015.11.10
조회 95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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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순영 (동시집 '솔로 강아지' 재출간 작가)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이렇게/엄마를 씹어먹어/삶아먹고 구워먹어/눈깔을 파먹어/이빨을 다 뽑아 버려' 지난 5월이죠. 이렇게 잔혹한 시가 과연 동시일 수 있는가? 이른바 잔혹동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시 한 구절 제가 지금 소개해 드렸습니다. 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 이 시가 수록된 동시집 '솔로 강아지'는 당시 큰 논란 끝에 결국 전량 회수돼서 폐기됐었는데요.

지난 6일 문제의 시를 뺀 채 동시집이 재출간됐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선 이 시를 지은 만 10살의 소녀 이순영 양을 직접 만나보려고 합니다. 논란이 한창일 때 사실 이 소녀는 어린 아이니까요. 인터뷰에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차분한 마음이 됐을 테니까요. 소녀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작가는 어떤 생각인가 여러분 들어보시죠. 이순영 양, 불러보죠. 순영 양, 안녕하세요.

◆ 이순영>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인터뷰 방송은 첫 출연인데. 안 떨려요? (웃음)

◆ 이순영> (웃음) 많이 떨려요.

◇ 김현정> 동시집 나온 거 축하합니다.

◆ 이순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참 우여곡절 끝에 이 시집을 손에 딱 받아본 소감이 어땠어요?

◆ 이순영> 되게 기분 좋고 행복했어요.

◇ 김현정> 행복했어요? ‘학원 가기 싫은 날’은 사실 빠졌는데 괜찮아요?

◆ 이순영> 네. 괜찮아요.

◇ 김현정> 엄마한테 빼기 싫다고 말하고, 그러지 않았어요?

◆ 이순영> 그렇게 말은 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뭐라고 하니까 그래도 그건 빼기로 했어요.

◇ 김현정> (웃음) 사람들이 뭐라고 하니까. 처음에 이 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은 언제 쓴 거예요?

◆ 이순영> 작년이었어요.

◇ 김현정> 작년에 어떤 마음으로 쓴 거예요?

◆ 이순영> 그날 너무 학원이 가기 싫었던 날이 딱 하루 있었는데 그때 엄마가 가라고 해서 쓰게 됐어요.

◇ 김현정> 진짜로 학원가기 싫어서 학원가기 싫다고 쓴 거구나.

◆ 이순영> 네.

◇ 김현정> (웃음) 진짜로 학원을 그렇게 많이 다녀요?

◆ 이순영> 아니요, 한두 개요.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그날은 가기가 싫었어요?

◆ 이순영> 네.

◇ 김현정> 그런데 이 시를 본 어른들은 '어린이가 세상을 너무 잔인하게 본다', '혹시 집에서 엄마한테 학대당한 거 아니냐?', '아이가 학원을 너무 많이 다니는 거 아니냐?' 이런 댓글이 막 달렸단 말이에요.

◆ 이순영> 네.

◇ 김현정> 그때는 기분이 어땠어요?

◆ 이순영> 음. 많이 슬펐어요. 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어요.

◇ 김현정> 그런데 순영이가 정말로 엄마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진짜로 한 거예요, 시를 쓰면서?

◆ 이순영> 아니요. (시처럼 되면) 그러면 그때는 학원 안 가도 되고. 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지니까. 그만큼 화가 났고요. 그런 표현을 그만큼 거칠다고 생각을 못 했었어요.

◇ 김현정>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생각을 한 거네요? 엄마가 없으면 나 학원 안 가도 되니까?

◆ 이순영> 네.

◇ 김현정> 어른들의 그런 생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순영> 조금은 이해가 가기는 하는데 제 입장도 조금만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우리 순영이 입장이기도 하고 아마 많은 또래 학생들, 학원에 많이 다니는 아이들, 친구들의 심정이기도 한 거예요.

◆ 이순영> 네.

◇ 김현정> 어떤 심정인가요?

◆ 이순영> 학원에 가고 싶지 않고 집에서 쉬고 싶고, 자고 싶고 한데. 학원에 안 가면 뭔가 혼날 것 같고 불안감이 드는 마음 같은 거요.

◇ 김현정> 그래요. 시가 나오고 나서 논란이 되고 힘들었을 때는 시를 그만 써야겠다는 생각까지도 심지어 했습니까?

◆ 이순영> 네. 아주 잠깐 했었어요.

◇ 김현정> 힘들 땐 생활하는데도 좀 지장이 있고 그랬습니까?

◆ 이순영> 네.

◇ 김현정> 어땠는데요?

◆ 이순영> 학교도 잠깐 이틀 정도 안 갔었고요.

◇ 김현정> 밥도 안 먹히고?

◆ 이순영> 네.

◇ 김현정> 밥도 안 먹혔어요?

◆ 이순영> 네, 딱 한 번이요.

◇ 김현정> 딱 한 번. 하루 정도 굶었구나.

◆ 이순영> 네.

◇ 김현정> 그동안 순영 양이 썼던 시들 중에서 (이번 책엔 수록돼있지 않지만) 기억에 남는 게 ‘서대문 형무소 운동장’이라는 시예요. 10살짜리가 대체 어떻게 이런 시를 썼을까 싶은데. 잠깐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 이순영>
<서대문 형무소 운동장>
부채모양 운동장
천장이 없어

눈 오는 날도
발가벗고 있겠네.

◇ 김현정> 어떤 생각으로 지은 시예요?

◆ 이순영> 슬픈 마음으로 지은 시예요.

◇ 김현정> 독립 운동가들이 거기서 고문당하고 죽임 당하고 이런 건 알아요? 그런 장소인 줄은?

◆ 이순영> 네.

◇ 김현정> 그거 생각하니까 형무소는 얼마나 추울까, 이런 생각을 했구나.

◆ 이순영> 네.

◇ 김현정> 그래요. 시는 계속 쓸 생각이죠?

◆ 이순영> 네.

◇ 김현정> 어떤 시를 쓰고 싶어요?

◆ 이순영> 특이한 시를 좀 쓰고 싶어요.

◇ 김현정> 특이한 시. 일부에서는 어른들이 혹시 순영이 어머니가, 엄마가 대학 입학 같은 것을 노리고 생각해서 지금 이런 시집을 낸 건 아니냐. 이런 얘기도 하는데, 엄마는 뭐라고 하세요?

◆ 이순영> 엄마는 제가 시 쓰는 걸 좋아하셔서 오빠랑 같이 시집을 냈어요.

◇ 김현정> 그냥 좋아서 쓴 건데. 그럼 어른들이 자꾸 오해하는 걸 보면 많이 속상해요?

◆ 이순영> 네, 많이 속상해요.

◇ 김현정> 엄마의 어떤 모습 볼 때 마음이 아파요?

◆ 이순영> 마음.... 아픈 적은...없고요...

◇ 김현정> (웃음) 마음이 아픈 적이 없어서 참 다행이에요, 순영 양. 밝은 어린이고요. 딱 10살 그 어린이입니다. 우리가 이 시를 보면서 참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이러니, 저러니 토론을 했는데 지금 인터뷰하면서 느끼는 건 순수한 아이구나, 10살짜리 아이구나. 학원 가기 싫어서 싫다고 한 것뿐이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끝으로 순영 양.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이순영> 마음을 열고 읽어주시고, 항상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감사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명스타죠?

◆ 이순영> (웃음) 조금요, 아주 조금요...

◇ 김현정> (웃음) 친구들한테도 방송 나온 김에 한 마디 하세요.

◆ 이순영> 친구들아. 나쁜 말 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제 그러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좀 봐줬으면 해.

◇ 김현정> 상처를 조금 받았네요, 우리 순영이가. 그렇죠?

◆ 이순영> 네.

◇ 김현정> 순영 양도 마음에 상처입은 게 있다면 다 털고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써주세요.

◆ 이순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이순영> 네.

◇ 김현정> 참 논란이 많았던 시죠. ‘학원 가기 싫은 날’이라는 시를 쓴 10살 시인 이순영 양을 만났습니다. 사실은 여러 가지 논란의 질문들도 있겠습니다마는 10살 아이에게 상처가 돼서는 안 될 것 같아서요. 오늘은 아이의 목소리 듣는 것, 저작자의 생각은 어떤지 그냥 있는 그대로 들어봤습니다. 화제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