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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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박한철 (인천부평경찰서 경사)

'19년 전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다', 그것도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내던 노모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치매를 앓는 노모와 시각 장애인 아들의 극적인 상봉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19년 만에 만나서 두 사람은 무슨 말을 나눴을까요. 19년 만에 이 모자가 서로 만날 수 있었던건 숨은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이 모자를 찾아서 만나게 해 주고, 곁에서 지켜 본 인천부평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 박한철 경사를 연결합니다. 경사님, 안녕하세요.
◆ 박한철>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정말 큰일 하셨네요.
◆ 박한철>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될지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고 해야 할지, 좀 아픈 이야기여서 인터뷰 자체도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 박재홍> 어떻게 도와주게 되신 거죠?
◆ 박한철> 올 초에 실종 업무를 조금 더 열심히 해 보자는 생각에서 부평경찰서 관내에 있는 무연고자 치매노인 한 분 한 분을 다시 확인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할머님은 이미 4년 전에 지문채취 의뢰를 했었는데요. 그땐 못 찾다가 계속 기술이 발전하고 환경도 새롭게 달라지고 했으니까 다시 한 번 해보자고 그래서 다시 한번 재차 의뢰해 봤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게 신원 확인이 되어서 아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4년 전에 이미 할머니의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었는데 그때는 실패했다가 다시 시도해서 찾게 된 거네요.
◆ 박한철>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어떻게 찾을 수 있었던 거죠?
◆ 박한철> 경찰에서도 계속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고, 장비도 나날이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4분의 1, 5분의 1 정도의 지문만 있어도 찾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7분의 1, 8분의 1만 있어도, 이런 아주 조그마한 단서 가지고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니까 이번 경우에도 좀 성사가 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4분의 1 수준이면 어떤 지문의 4분의 1인가요, 손가락 하나만 지문만 있어도 된다 이런 말씀인가요?
◆ 박한철> 손가락 하나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손가락 하나에 7분의 1, 8분의 1만 있어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지문을 통해선 어떻게 가족인지 구별하는 거죠?
◆ 박한철> 성인이 되면 주민등록 신청을 하기 때문에 지문 자료가 있습니다. 그것하고 이번에 채취한 자료하고 비교대조해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겁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아주 탁월한 기술과 정성이 결합이 되어서 19년 만에 두 모자가 만나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이제 아드님한테 전화를 해서 어머님을 찾은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을 거 아니에요. 아드님 반응이 어땠나요.
◆ 박한철> 처음에는 믿지를 못하더라고요. '보이스피싱 아니냐' 이렇게 묻기도 하셨는데요. 계속 설명도 드렸더니, 많이 고맙다고 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많이 울먹였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경사님도 통화하시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드셨겠네요.
◆ 박한철> 그렇습니다. 저희도 사실 사람이고 부모님이 있고 자식도 있기 때문에 많이 곤혹스러울 때도 있고요. 많이 슬플 때도 있고 감정에 복받칠 때도 있는데요. 차분하고 담담한 게 전달해 드리는게 본인을 위해서도, 또 저를 위해서도 가장 나은 길이라고 생각해서 조금 더 차분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 박재홍> 그래요. 두 분은 어떻게 하다가 헤어지시게 된 거죠?
◆ 박한철> 사실 당시에도 약간의 치매 증세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드님도 지금은 완전히 시력을 잃었지만 당시에는 흐릿하게 사물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님이 잠깐 잠깐 몇 시간씩 밖에 나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어머님이 '들어올 거다, 들어올 거다' 했는데 이렇게 19년이 될 거라고는 본인도 생각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중간에 수소문도 해 보고 찾아보려고 노력도 했지만 본인 몸도 불편하고 거동이 조금 힘들어지니까 체념하고 단념해 버렸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 박재홍> 그러면 그 아드님은 어머님이랑 헤어지신 다음에 그동안 어떻게 지내신 거예요.
◆ 박한철> 아드님은 사실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혼입니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현재는 시각장애 1급으로 구청에서 지원하는 시각장애 봉사요원, 교회나 작은 단체 같은 데서 지원하는 분들이 같이 생활해 주고 챙겨주고 이렇게 하면서 생활하고 있었고요. 두 분 만날때도 시각 장애 봉사요원이 같이 만나러 왔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셨군요. 아드님은 시각장애인이시고 지금은 어머님은 치매를 앓고 계신 거잖아요.
◆ 박한철> 그렇습니다.
◇ 박재홍> 두 모자의 만남이 이루어진 거죠?
◆ 박한철> 그렇습니다. 서로 만났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모자가 서로 만났을 때도 여느 모자와의 만남과는 달랐을 것 같은데요.
◆ 박한철> 어머니 같은 경우는 치매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인지 능력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처음에 아들을 보고 누구냐고 물었더니 “아빠”라고 한 번 대답을 했었습니다.
◇ 박재홍> 아드님을 아빠라고요?
◆ 박한철> 그 뒤로는 전혀 누군지 모르겠는데, 사회봉사 방문하러 오신 분이라 생각을 했는지 두 손을 잡고 “고맙다”라고 연신 말씀을 하셨고요. 아드님 같은 경우에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어머니가 맞는 것 같다고 하셔서... 사실 많이 우셨습니다.
◇ 박재홍> 19년 만에 다시 들은 목소리지만 생생하게 기억이 낫겠죠. 아드님은 목소리 상으로 어머니인 걸 확신하셨었네요. 아드님은 어머니께 뭐라고 인사를 드리던가요?
◆ 박한철>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 그런 얘기도 하고 ‘아직까지 살아계셔서 너무너무 고맙다.’ ‘어머니, 내가 눈이 이래서 너무 미안하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 내가 더 자주 어머님 더 뵈러 올게요.’ 이런 말도 했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어머니는 어디에서 계시는 건가요?
◆ 박한철> 어머니는 거동이 아주 불편하시고 인지 능력이 거의 없으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당분간은 계셨던 사회복지시설에 계속 머무르기로 그렇게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 박재홍> 두 분 모두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시기 때문에 상봉을 하셨지만 같은 집에서 사시기까지 시간을 걸리겠네요.
◆ 박한철>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렇게 만남을 쭉 이어가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래요. 어머님이 19년만에 만난 아들을 보시고 “아빠”라고 하셨다는 말씀이 참 가슴이 아프네요. 경사님도 부모님 계실 텐데, 이 두 모자의 만남 보시고 어떤 마음이 드셨어요?
◆ 박한철> 물론 많이 보람차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늦어서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두 분 다 고령이십니다. 90세 넘으시고, 70세가 넘으셨는데, 두 분 다 모두 생존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지금까지 두 분이 사신 지역이 가까웠나요?
◆ 박한철> 거리로 보면 7km 정도 떨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7km?
◆ 박한철> 네. 얼마 멀지 않은 곳인데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계속 복지시설에 계시고 아들은 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못 만났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19년간 떨어져 있었던 거리가 7km였다는 게 참 더 안타깝네요. 경사님도 두 분 보시면서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셨겠네?
◆ 박한철> 네. 물론입니다. 그리고 경찰이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이렇게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많이 보람차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 박재홍> 방송을 듣는 청취자 분들도 참 감사함을 느끼실 것 같고. 큰일 하셨다, 이런 부분에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이렇게 실종가족이라든가 무연고자 등 가족을 찾는 분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이런 분들이 경찰서에 연락을 하고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죠?
◆ 박한철> 물론입니다. 저희 경찰서에서 계속 지문 말고도 DNA도 있습니다. DNA 일치 자료를 가지고 가족 찾는 노력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19년간 좁힐 수 없었던 7km의 거리, 우리 경사님의 노력 그리고 경찰의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네요.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한철>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박재홍> 인천부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과의 박한철 경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