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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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18(금) 자살 노인 끌어안은 여경 "뒷모습 아빠 같아서.."
2015.09.18
조회 172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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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차민설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순경)



여러분 여기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부둣가에 할아버지 한 분이 털썩 주저앉아 계시는데. 신발도 신지 않고 두 다리는 이미 바다쪽으로 허공에 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어르신 뒤에서 단발머리의 앳된 여자순경이 이 할아버지를 놓치기라도 할세라 꽉, 정말 꽉 끌어안고 있는 장면. 이 한 장의 사진이 어제 하루 종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할아버지와 이 여 순경.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사진 속의 그 단말머리 여경을 저희가 수소문 끝에 연결을 했습니다. 부산이더라고요.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차민설 순경 연결을 해보죠. 차 순경님, 안녕하세요.

◆ 차민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 화제의 사진 속에 단발머리 주인공이 맞으세요?

◆ 차민설>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웃음) 제가 앳되다고 제가 앞에서 표현을 했습니다마는, 목소리 들으니까 정말 앳되세요.

◆ 차민설> 아닙니다.

◇ 김현정>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차민설> 27살입니다.

◇ 김현정> 스물일곱, 그러면 만 26살. 경찰이 된 지는 얼마나 됐어요?

◆ 차민설> 발령받은 지는 오늘부로 딱 한 달됩니다.

◇ 김현정> 오늘부로 한 달?

◆ 차민설> 예.

◇ 김현정> 진짜 새내기시네요. (웃음) 그 사진 속의 그 할아버지, 그러니까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가 아닌 거죠?

◆ 차민설> 예.

◇ 김현정> 처음 뵙는 분?

◆ 차민설> 네, 처음 뵀습니다.

◇ 김현정> 완전히 처음뵌 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건지, 사진이 찍혔던 그날로 한 번 돌아가보죠. 언제, 어떻게 시작이 된 겁니까?

◆ 차민설> 9월 8일에 야간근무를 하고 퇴근할 무렵에 마지막으로 신고를 받은 건이었는데요.

◇ 김현정> 퇴근을 하려고 하는 길에.

◆ 차민설> 60대 노인분이신데 마른 체격의 노란 티셔츠를 입은 아버님이 자살을 하려고 하신다는 신고 내용이었습니다.

◇ 김현정> 장소는 안 알려주고요?

◆ 차민설> 그 자갈치역 4번, 6번 출구로 그 위치 추적이 떠서 그쪽 부근으로 출동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가족 중에 누가 우리 아버지가 자살하려고 집을 나갔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찾아주세요. 그렇게 신고가 온 거군요.

◆ 차민설> 아들 두 명인데 한 명이 신고를 하셨죠.

◇ 김현정> 자갈치역에 가보니까 바로 계시던가요?

◆ 차민설> 안 계셔가지고 자살을 하려면 바닷가에서 계시지 않을까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막 뛰어갔어요, 바닷가쪽으로. 그쪽에 차에 가려서 계시더라고요. 아버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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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노란 티셔츠 아까 신고 접수한 대로 입고 계셨어요?

◆ 차민설> 아니요. 검은 티셔츠였어요.

◇ 김현정> 그러면 어떻게 그분이 그분이라고 생각을 하셨어요?

◆ 차민설> 아닌가 싶었는데 신발도 벗고 계시고 부둣가에 걸터 앉아서 계시는 모습이 왠지 느낌이 이상한 거예요. 티셔츠는 다르지만 혹시 모르니까 살금살금 뒤에서 다가갔거든요.

◇ 김현정> 살금살금.

◆ 차민설> 혹시나 제가 갑작스럽게 다가가면 아버님이 놀라셔가지고 못난 생각을 하실까 봐 조심조심 다가가서 살며시 안아드리면서 신원부터 확인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분이 그분인지는 알지만 못하지만 혹시라도 뛰어내리실까봐 살금살금 가서 확 안아주신 거예요.

◆ 차민설> 최대한 이렇게 조심조심 다가가서 성함을 여쭤보니까 흐느끼시면서 아버지가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흐느끼시면서 손을 이렇게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그렇게 친할아버지 안듯이 꽉 안으셨어요?

◆ 차민설> 그분이 반 이상 걸터 앉아서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고, 빨리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 김현정> 손이라도 잡았다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하자, 이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조금 망설여지지는 않으셨어요?

◆ 차민설> 체구가 작은 뒷모습을 보니까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이 났거든요.

◇ 김현정> 우리 차 순경님의 아버지.

◆ 차민설> 그리고 우선은 당황한 것보다는 빨리 안전한 곳으로 이렇게 모셔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고향 어디세요?

◆ 차민설> 경남 하동입니다.

◇ 김현정> 하동에 있는 아버지가 생각이 나신 거예요.

◆ 차민설> 아빠가 생각났죠.

◇ 김현정> 그 할아버님을 안고 뭐하고 하셨어요?

◆ 차민설> 아버님 왜 이렇게 못난 생각을 하시냐고 하니까 아버님께서 아들 두 분 중에서 한 분은 자살을 하셨는데 딱 3개월된 날이라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두 명의 아들 중에 한 아들이 3개월 전에 목숨을 끊었어요?

◆ 차민설> 네, 그래서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에 그렇게 계속 술만 드시고 막 그렇게 시도를 하시더라고요. 자살하셔서 아드님 옆에 가면 아드님이 참 많이 좋아하시겠다고 많이 다그쳤죠. 위로해 드리고 사모님하고 또 다른 아드님은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못난 생각을 하시냐고 위로해 드리면서 좀 다가섰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나중에 정신 차리고 나서 이 할아버님이 뭐라고 얘기를 하시던가요?

◆ 차민설> 그래도 끝까지 나는 아들한테 따라갈 거다 이렇게 하시길래, 제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우리 아버지 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너무 힘들면 딸내미 같이 생각하고 놀러오시라고. 그래서 제가 커피도 타드리고 말동무해 드리겠다고.

◇ 김현정> 커피도 타드리고 말동무도 해 드릴게요, 할아버님. 저희 경찰서로 오세요.. 잘 하셨고요. 그런데 그 사진은 그나저나 누가 찍은 거예요? 그 장면.

◆ 차민설> 중위님께서 찍어주셨더라고요. 막 발령 받아서 이제 한 달도 안 됐는데, 제가 그러는 모습이 중위님 눈에는 기특하게 보이신 것 같더라고요. 제가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이렇게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를 담아주셨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아까 하동이 고향이라고 하셨어요?

◆ 차민설> 예.

◇ 김현정> 고향 간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 차민설> 4개월이요.

◇ 김현정> 하동에도 CBS가 잘 나가요.

◆ 차민설 >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하동에 계신 아버님께 끝으로 한 말씀.

◆ 차민설> 아빠 요즘에 일한다고 하우스 일한다고 힘든 거 아는데. 그래서 통화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 김현정> 아파요. 하우스 일하시느라고 힘드신 아버님.

◆ 차민설> 많이 못 뵀는데 이번 추석 때 맛있는 거 사들고 갈게.

◇ 김현정> 맛있는 거 사들고 갈게, 아빠. 사랑해요. 한마디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거 아시죠?

◆ 차민설> 그런 건 경상도 여자라 잘 못해요.

◇ 김현정> 경상도 여자라 잘 못해. (웃음) 그래도 한 말씀하시라는데요? 밖에서.

◆ 차민설> 아빠.. 사랑해요...

◇ 김현정> (웃음) 참 고운 분이네요. 우리 차민설 순경. 차 순경님, 앞으로도 사람 사랑하는 그 따뜻한 마음 잃지 마시고요. 정말 좋은 경찰 되어주셔야 됩니다.

◆ 차민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차민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차민설 순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