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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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들어볼까요?
◆ 김성완> 국회법 거부 파동 속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의 행보가 눈에 띄는데요. 지하철을 타기도 하고 쪽방촌과 노숙인 무료급식시설을 찾아가기도 하고 있습니다. 달콤쌉싸름한 민생정치의 유혹,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주일을 굉장히 열심히 지켰습니다, 황교안 총리가. 그런데 뭔가 많이 달라졌다,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거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는데요. 황 총리는 장관 시절에는 주일에 꼬박꼬박 예배를 보는 것으로 유명했고 그외의 대외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총리가 된 이후로는 사람이 확 변했습니다. 지난 달 18일 총리로 취임을 했는데, 두 번의 주말을 지금 보낸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두 번의 주말을 모두 민생행보로 보냈습니다. 첫 주말인 지난 21일에는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를 했고요. 그 뒤에 평택으로 이동해서 지역경제 안정화대책을 논의하고 송북시장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두번째 주말을 맞은 엊그제 역시 범정부 대책회의를 마치고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했어요. 영등포 노숙인 무료급식소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주부나 대학생, 회사원들과 민생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습니다. 전날 새벽에 직접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나가서 구입한 식재료를 무료급식소에 전달을 했고요. 앞치마를 두르고 배식활동까지 했습니다. 주일인 어제는 용산구 쪽방촌을 찾았는데요. 주민편의시설을 둘러보고 애로사항을 듣기도 했고. '폭염에 대비해서 어르신들의 건강을 꼼꼼히 살피라' 이런 지시까지 내렸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주말 사이에 여러 민생현장을 직접 챙긴 거 아닙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김성완> 총리가 취임 직후에 민생현장을 찾은 것,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총리니까. 그런데 뭔가 그 장면이 어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총리 공백이 너무 길었습니다. 길어도 너무 길었는데요. 그동안 사실 총리 존재감을 우리가 느낄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정홍원 총리가 사표를 낸 지 거의 1년 만에 이완구 총리가 임명이 됐는데 또 취임 2개월 만에 사퇴를 했잖아요. 그리고 한 두 달 정도 공백기간이 있다가 황교안 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임명이 된 건데요. 그러니까 총리가 민생현장을 찾는 모습이 당연히 낯설 수밖에 없는 거죠. 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두번째로 공안통 이미지를 지우고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서민들 입장에서 공안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던 시절이 있었죠. 그만큼 사실은 공안에 대해서 공안통치에 대해서 불안감이나 거부감이 좀 큽니다. 황 총리는 메르스 사태만 아니었으면 또 낙마감이다, 이런 소리까지 듣지 않았습니까? 그런 공안이미지를 어떤 방식으로든 좀 바꾸고 싶었을 거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완구 전 총리와는 정반대 방식을 지금 취하고 있는 건데요. 이 총리는 정치인 출신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정치인 출신이니까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사법기관을 통해서 국정장악력을 높이는 그런 방식으로 나갔다면 황 총리는 공안통 검사에 법무부 장관까지 지냈잖아요. 그러니까 사법기관을 활용하는 방법보다는 오히려 거꾸로 민생을 챙기는 이미지를 통해서 기존의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시도한 것 아니냐, 이런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두 가지 이유를 짚어주셨는데요. 세번째는요?
◆ 김성완> 세번째는 박 대통령의 약화된 지지기반을 보완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박 대통령 지금 잘 아시다시피 국정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국회법 거부권 행사 이후에 온통 관심은 여권재편에 쏠려있는 상황이고요. 우리 여권 내부에서 친위쿠데타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칫하면 민생을 팽개쳤다, 이렇게 비난을 듣기 딱 좋은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황 총리가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 버린 거거든요. 그러니까 취약해진 정권 지지층을 다지면서 국정동력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럴 때 황 총리가 박 대통령의 주지지층을 찾아가서 다독이고 위로하고 보듬어 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그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국무총리가 민생행보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 김성완> 그렇죠. 당연한 거죠.
◇ 박재홍> 당연한 건데 이렇게 정치적 의미를 두고 해석을 한다는 게 좀 뭐랄까,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 김성완> 맞습니다. 바로 오늘 행간 제목을 제가 달콤쌉싸름한 민생정치의 유혹 이렇게 달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인데요. 저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라고 있죠.
◇ 박재홍> 책도 최근에 많이 냈고.
◆ 김성완> 책도 최근에 쓰기도 하고 그랬는데. 거기에 이런 대목이 등장합니다. 한국 정치인들이 마치 유권자를 아이 다루듯 한다, 이렇게 지적을 했는데요. 그 이유를 설명을 해놨습니다.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시장에 가고 어묵 국물 먹는 모습을 연출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희망이나 소통, 이런 굉장히 추상적인 말을 한다는 거죠. 희망이나 소통이라는 말은 굉장히 좋은 말이기는 한데, 거기에 유권자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것은 하나의 목표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렵잖아요, 단어자체도 추상적이고. 그런데 이런 깜짝 이벤트가 자꾸 먹힌다는 거죠. 선거철만 앞두면 민생정치를 자꾸 하고, 그러면 유권자들이 그게 진심인 줄 알고 자꾸 그 행동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정치인들이 계속 반복하는 현상이 나타나더라. 이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이렇게 따가운 질책과 충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정말 경쟁적으로 민생행보를 합니다. 아시다시피 메르스 병원에도 가기도 하고요. 또 헌혈도 안 되는데 헌혈하겠다고 갔다가 퇴짜맞는 일은 있었고, 가뭄현장에 가서 소방호스로 물 뿌렸다고 해서 여러 뒷말이 나오기도 했었고. 심지어 40년 전에 제대한 특전사 부대를 찾아가서 함께 부대원들과 병사들과 타이어를 막 끌면서 돌기도 합니다. 이게 다 민생정치인 셈인데요. 달콤쌉싸름한 첫사랑의 추억처럼 국민들이 잠시 잊고 지냈던 민생정치의 기억을 자꾸 떠올리게 하는 그런 효과를 노리려는 정치적 행보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아까 총리 민생정치라는 거 당연한 거 아닙니까라고 말씀하셨지만 당연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 정치인들은 항상 뭔가 아쉬울 때, 선거 앞두고 있을 때, 뭔가 잊게 만들고 싶을 때, 뭔가 약점을 잡혔을 때 민생정치를 하느냐는 겁니다. 그냥 평상시에도 쭉 민생정치를 하면 되는데. 그러니까 정치인들은 민생정치를 그냥 단순한 이벤트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치인의 몸으로 체득한 형태로, 삶의 한 형태로 보여줘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국민을 위하는 민생정치는 달콤쌉싸름한 첫사랑이 아니라 끝사랑이어야 한다, 이런 지적을 꼭 해 주고 싶습니다.
◇ 박재홍> 더 이상 보여주기 이벤트는 안 된다라는 지적입니다. 김성완 씨였어요.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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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9(월) [행간] 달콤쌉싸름한 민생정치의 유혹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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