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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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8/10(월) "백골 안산 모자, 들것도 못들어가는 쓰레기속 방치"
2015.08.10
조회 64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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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임영빈 (안산 선부 119 센터장), 김윤영 (빈곤연대 사무국장)



<임영빈 안산 선부 119 센터장>
-장애아들 '살려주세요' 쪽지 문틈에 남겨
-구급대원 본 첫마디 '배고파요, 배고파요'
-이송 중에도 '돈 없어서 병원 못간다' 반복

<김윤영 빈곤연대 사무국장>
-경제력 몰락, 도움끊겨.. 세 모녀와 비슷
-까다로운 기준 탓에 신청 거부됐을수도
-지적장애 자녀가정, 서류 뗄 시간도 없어


안산의 한 가정집에서 어머니가 숨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일간 방치된 채 집을 지켰던 지적 장애 아들이 발견됐습니다. 두 모자는 그동안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하는데요. 일각에서는 작년에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의 판박이는 아닌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우선 발견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구조에 나섰던 소방서측의 말을 먼저 들어봅니다. 임영빈 안산 선부 119센터장을 연결합니다. 센터장님, 안녕하십니까?

◆ 임영빈>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우선 두 모자가 거주하고 있던 주택에는 어떻게 출동하게 되신 건가요?

◆ 임영빈> 저희는 처음에 경찰이 지원을 요청해서 저희가 나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알기로는 장애 아들이 쪽지를 문틈에 남겨놨다고 알고 있습니다. ‘살려주십시오.’라고요.

◇ 박재홍> 그래서 신고를 받고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보신 거 아닙니까? 집안의 상황은 어땠나요?

◆ 임영빈> 우리 구급대원이 들어가니까 온갖 생활쓰레기, 고물들로 집안이 가득 차 있었다고 그래요. 그 다음에 파리가 굉장히 많이 방 안에 있었고, 들어가서 보니까 어머니로 추정되는 분은 방 안 바닥에 이불을 덮고 누워계셨고요. 아들은 그 옆에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그래요.

◇ 박재홍> 생활쓰레기나 폐지가 쌓여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러면 그게 오랜 시간 동안 그런 상황이 지속됐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집안 상태가 안 좋았던 건가요? 발을 못 디뎠을 정도로요?

◆ 임영빈> 그렇습니다. 집 안에 생활쓰레기 내지는 폐고물이라든지 폐지같은 것이 많이 쌓여 있어가지고 도저히 그 안에서 아드님을 들것으로 이송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구급 대원이 업고 나오는데도 고물이라든지 생활쓰레기로 인해서 장애물 때문에 많은 불편을 느꼈다고 그래요.

◇ 박재홍> 그러면 그 지적장애 아들도 몸을 거동할 수 없는 사람이었나요?

◆ 임영빈> 그것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봐야 되겠지만, 그분이 처음에 우리 구급대원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에 내뱉은 첫마디가 ‘배고파요, 배고파요’를 두 번 했다고 그래요.

◇ 박재홍> 참 안타깝네요.

◆ 임영빈> 그런 걸로 봐서는 한 일주일 이상 아무 것도 먹지를 못했다고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 박재홍> 발견 당시에도 아들의 경우도 굉장히 야위었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였나요?

◆ 임영빈> 굉장히 야위어 있었고 키가 좀 큰 편이었는데 뼈만 앙상하니 야위어 있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조금만 늦었어도 아들의 생명도 위험했었던 상황이었겠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임영빈> 그렇죠. ‘병원에 가시죠.’라고 저희가 그랬더니만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갑니다.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갑니다.’ 를 여러 번 말했었다고 해요,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간다는 이야기를요.

◇ 박재홍> 지적장애가 있는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집 안에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간다는 상황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었나 보네요.

◆ 임영빈>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간다는 이야기를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했다고 해요.

◇ 박재홍> 그렇군요. 참 안타깝네요. 이송되는 와중에도 그런 말을 계속 했다는 말씀이네요.

◆ 임영빈> 그렇습니다.

◇ 박재홍> 네.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영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임영빈 안산 선부 119센터장이었습니다. 이어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인지 원인을 짚어보겠습니다.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사무국장님, 안녕하세요.

◆ 김윤영>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또 안타까운 사건이 또 발생했네요. 이번 사건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 김윤영>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두 가정 모두 어느 정도 경제적 추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있고요. 이들 모두 단절된 이웃이나 친족, 가족 관계 안에서 소리소문 없이 죽어갔다는 면에서 닮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박재홍> 경찰조사가 더 나와봐야겠습니다마는 이 모자의 경우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신청을 안 했다고 알려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힘들게 생활하고 계셨는데 왜 이렇게 지원을 받지 못했던 거죠?

◆ 김윤영> 사실 지원신청을 했지만 지원받지 못했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보는데요. 막상 지원신청을 해보려고 하면 지원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고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기에 일쑤라는 거죠. 이들 가정 역시도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본인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거나 전세금이 높았다든지 재산 기준 때문에 탈락을 했을 수도 있고요. 약간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소득 기준에 걸렸을 수도 있고요. 이렇게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제도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까 사각지대가 넓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라고 봅니다.

◇ 박재홍> 그리고 숨진 어머니가 53세였는데요. 연령이 좀 뭐랄까요. 완전히 고령층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어중간하게 끼인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윤영> 거의 대책이 전무한 상황을 겪고 계시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인연금이라든지 국민연금이라든지 약간의 지원조차 노인에게만 사실 집중이 되어 있거든요. 무엇보다 아까 53세라고 말씀을 해 주셨잖아요. 이런 연령대 같은 경우에는 근로활동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이 먹고살 수 있다라고 일단 가정을 하는 한국복지의 태도가 있다는 거죠. 낙인적인 그런 시선들이 이 사람이 복지제도에 접근하기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다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박재홍> 참 뭐랄까요. ‘사회 안전망이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이번 경우에는 또 아들이 지적장애를 가진 분이었기 때문에 한부모가정인 상황에서 경제활동도 쉽게 하지 못하셨을 가능성도 많아 보이는데요. 그러면 이런 가정의 경우에는 특별한 구제책이 없나요?

◆ 김윤영> 사실 지금 발달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개별적인 조치들은 없는 상황이고요. 저희가 최근에 거리상담을 하고 있는데 거리에서 만났던 한 어머니 같은 경우에도 아버님은 병원에 입원 중이시고 지적 장애인 아들은 스무살이 넘어서 학교도 졸업을 해 버렸는데 수급신청을 하러 갈 시간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거죠. 계속 아들과 함께 이동을 해야 되다 보니까 지자체에서 요구를 하고 있는 서류들을 떼러갈 시간조차 없어서 신청을 하기 어렵다는 토로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 박재홍>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네요. 지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 지난 7월부터였죠.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급여방식으로 바뀌었잖아요. 그러면 이렇게 바뀐 제도가 실효성이 없었던 겁니까? 도움이 안 되고 있습니까? 지금 어떻게 보세요?

◆ 김윤영> 사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 ‘세모녀법’이 통과가 됐지만 지난 두 달 동안 44만명이 신청을 했는데. 2만명 만이 심사가 완료가 됐고 그들 중에서도 절반에 달하는 9000명은 또 탈락을 한 것이죠. 애초부터 좀 한계가 있지 않나라고 평가를 했지만 너무 빨리 이런 한계가 드러나는 느낌이고요. 정부에서 선전은 굉장히 무성하게 했지만 실체는 없는 복지제도에 국민들이 많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 박재홍> 그러면 왜 이렇게 탈락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지원조건이 까다로워서 그런 겁니까?

◆ 김윤영> 그렇죠. 일단은 선정기준이 너무 까다로운데요. 받기 너무 까다롭고, 받아봤자 얼마 안 되는 이런 복지수준이 아니라, 받으면 정말로 괜찮고 받기 까다롭지 않은 이런 수준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할 일이 많아 보입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윤영>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 사무국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