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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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월) 200㎞ 울릉도 소용돌이의 비밀 "그 속에 오징어 있다"
2015.06.01
조회 59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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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



‘바다에서 직경 200km의 거대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해외 토픽이나 판타지 영화에서나 보던 남의 일 같으시죠? 그런데 이 거대 소용돌이가 발견된 것은 바로 우리나라 울릉도입니다. 소용돌이 직경이 무려 200km고 현재 울릉도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벌써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체 이 소용돌이의 정체는 무엇이며, 우리 울릉도 주민들에게 피해는 없는 것인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다뤄보겠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 독도 기지에 나가있는 김윤배 박사를 연결하겠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 김윤배>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먼저 바다의 소용돌이라고 하면, 영화에서 보던 어선이 빨려들어간다거나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데 이번 소용돌이의 위력은 어떤가요?

◆ 김윤배> 현재 울릉도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직경 약 200km 규모의 소용돌이가 발생을 했는데요. 이 소용돌이의 회전 속도는 약 1노트 정도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1시간에 1.8km 정도 속도로, 즉 보행속도의 절반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요. 어선은 보통 10노트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는데요. 그보다 훨씬 느리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빨려들어가는 그런 상상은 안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우리 어민들에게 큰 피해는 없는 거네요.

◆ 김윤배> 저희 기지가 울릉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금요일에도 현장에 나가서 조사를 하고 왔습니다. 저희가 ‘콤비보트’라는 소형 선박을 타고 수심 350m까지 관측 장비를 내렸는데요. 조사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피해는 없지만 소용돌이가 돌아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이는 건가요?

◆ 김윤배> 눈에 실제 보이기는 힘들 것 같고요. 저희가 인공위성 자료라든가 아니면 실제 관측 장비를 바다에 내려서 수온의 분포를 봤을 때 확인할 수가 있겠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이 소용돌이 정체는 뭡니까?

◆ 김윤배> 사실 이번에 울릉도 주변에 나타난 소용돌이 현상은 오랫동안 학계에 '울릉 난수성 소용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왔던 현상입니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동한난류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냉수가 복잡하게 만나는 해역이어서 바닷물이 마치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동시에 지구 자전운동에 따른 회전효과랄지 그리고 울릉도 주변에 특유한 해저지형의 영향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소용돌이가 자주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런 소용돌이 현상은 멕시코 난류가 흐르는 미국 동부연안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고요. 사실은 동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는 오랫동안 흥미로운 연구주제였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니까 전세계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고, 우리 동해 바다에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그런 현상이라는 말씀이네요.

◆ 김윤배>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이번 소용돌이가 다른 소용돌이와 다르게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뭡니까?

◆ 김윤배> 보통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나서, 그 중심의 위치가 일정한 속도를 가지고 움직이는데요. 이번 소용돌이는 울릉도를 중심에 둔 채 지속되고 있는 부분이 조금 이채롭습니다. 아마도 남쪽에서 올라오는 동한난류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이 울릉도 주변에서 새로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울릉도를 중심으로 소용돌이가 있다면, 울릉도를 중심으로 두고 계속 원을 그리면서 소용돌이가 발생한다고 이해하면 됩니까?

◆ 김윤배>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신기하네요.

◆ 김윤배> 인공위성자료를 분석한 영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울릉도를 중심으로 해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소용돌이 구조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보통 울릉도 주변에서 소용돌이가 발달하지 않을 때는 수심 250m에서 수온이 약 1, 2도씨를 보이는데요. 이런 수온이 평소보다 9도씨 정도 높게 관측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평소보다 바닷물 온도가 높다는 말이네요.

◆ 김윤배>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물론 배 운영하는데는 영향이 없다고 했습니다마는, 그러면 이 소용돌이 때문에 울릉도 어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 김윤배> 사실 난수성 소용돌이가 발생을 하면 수심 20~30m 경계로 위아래가 사실 다른 반응이 나타납니다. 소용돌이는 상층과 하층을 잘 섞어놓기 때문에 표층의 따뜻한 물은 평소보다 차가워지고, 아래층은 평소보다 훨씬 따뜻해지게 됩니다. 사실, 울릉도 주변이 5월 중순부터 표층으로 따뜻한 물이 유입되면서 표층이 정상수온을 되찾아가고 있는데요.

그런데, 지난 4월에는 울릉도 표층 수온이 작년보다 크게는 5도씨 정도 낮았습니다. 사실 울릉도는 해안성 기후라 바닷물의 표층 수온에 대단히 민감한데요. 4월 중순에는 작년에 비해 울릉도 기온이 약 5도에서 10도씨 정도 추웠습니다. 상당히 추웠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며칠 전에 저희 기지에서 울릉군 주관으로 어업인 간담회가 열렸었는데 이 문제를 어업인들이 질문을 해 난수성 소용돌이의 영향이라고 설명한 바 있었고요.

또한 울릉도는 보통 이맘때에 하루 날을 잡아서 지역 어촌계마다 미역을 수확하고 있는데요. 지난주 일요일에 저희가 울릉도에 학포라는 마을에서 미역을 수확하는 현장을 가봤었는데요. 작년에 비해 올봄에 수온이 너무 낮기 때문에 미역이 제대로 성장을 못했다는 지역 주민들의 말씀도 있었습니다. 이 역시 난수성 소용돌이에 따라 표층수온이 낮아지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이 소용돌이의 영향으로 찬물과 더운 물이 섞여서 평소보다 더 차가워져 미역 성장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다는 말씀이군요.

◆ 김윤배>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일각에서는 ‘소용돌이 때문에 울릉도 오징어가 풍어일 것이다’ 이런 전망도 있는데 이거는 근거가 있는 건가요.

◆ 김윤배>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2년 동안 동해 우리측 수역에서 한미 공동으로 24대의 운영관측 장비를 해저면에 장기 계류하는 해양조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해양학회지에 오징어로 추정되는 어류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이 한 편이 실렸는데요. 이 논문을 요약하자면 난수성 소용돌이의 가장자리에 오징어가 주로 분포하는 특징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소용돌이 중앙부에 오징어 수심대 수온은 약 10도씨 정도로 거의 일정해서, 오징어 적정 수온이라고 할 수 있는 15도씨 내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하거든요. 또한 저희가 소용돌이를 따라 관측을 해보면 소용돌이 가장자리에 플랑크톤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난수성 소용돌이 가장 자리에 오징어가 많이 분포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과학적으로 수온을 바탕으로 그렇게 추측을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그러면 이게 실제로 이러한 기후변화라는 게 이런 현상을 잘 이용을 해서 우리 어민들이 소득증대에도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습니까?

◆ 김윤배> 지속되는 이 소용돌이 현상도 동해안의 최대 수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오징어 산업의 발전과 오징어 자원관리를 위해 역이용하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이 들고요. 사실 지금 울릉도에서는 중국 어선의 오징어 남획과 불법조업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작년에만 1900척의 중국어선이 울릉도 수역을 지나 동해 북한측 어장에서 이런 오징어 남획 조업을 하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연구발표 이후 난수성 소용돌이와 오징어어장과의 후속 연구가 없었는데요. 앞으로 울릉도 어민들과 함께 오징어의 자원의 과학적 관리를 위해 소용돌이와 오징어 어장과의 관계를 관심 있게 다루어볼 예정에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관계 기관의 관심이 있었으면 합니다.

◇ 박재홍> 중국 어선 1900척이나 온다고 하는데, 우리 오징어 어장 관리를 위해서도 소용돌이에 대한 후속 연구가 더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김윤배>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김윤배 박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