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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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24(수) [행간] 사과 요구에 대응하는 세 가지 방법
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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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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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들어볼까요?

◆ 김성완>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사과'인데요. 사과하라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그 요구를 받은 당사자는 어떻게 해서든 사과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과 요구에 대응하는 세 가지 방법,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사과했을 때 세 가지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인데.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 김성완> 청취자 여러분들도 한두 번쯤은 다 경험을 해 보셨을 것 같은데요. 동창모임에서 누군가 잘못을 했다, 그래서 사과하라, 이렇게 요구를 했다고 치면요. 그럼 그 요구를 받은 당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 장면을 떠올려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첫째, 화끈하게 사과하는 겁니다. 사과를 요구받은 즉시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사과를 해버리는 건데요. 이러면 오히려 사과를 요구한 사람이 머쓱해지잖아요. 그리고 그냥 서로간에 마음이 풀려버리게 되는데요. 그런데 조직이 크면 클수록, 지위가 높을수록 이렇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사과는 그래서 오늘은 제외하기로 하고요. 두번째 사과, 때 늦어서 아쉬운 사과입니다. ‘사과해’ 그렇게 요구를 하면 ‘무슨 말이야?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데’라고 반박을 합니다. 그러고 난 다음에는 사과를 요구한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 두 번, 세 번 계속 사과를 해도 쉽게 그 사람의 마음이 풀리지가 않죠. 그래서 이런 사과를 때늦어서 아쉬운 사과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고요. 세번째 사과는, 사과를 했는데 더 화나게 하는 사과입니다. ‘사과해’ 그렇게 요구를 하니까 더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사과를 한 건데요. 예를 들면 ‘내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언젠가 그랬다면 그건 내 실수인 것 같아’ 이렇게 얘기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사과를 했다고 하면 듣는 사람이 사과했다고 느끼지를 않겠죠. 마지막 네번째 사과는 누군가 대행하는 사과, 이겁니다. ‘사과해’ 그렇게 얘기를 했더니 조금 이따가 다른 애가 찾아와서, 사과를 요구받은 사람이 아니고 다른 애가 찾아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은 걔가 그런 게 아니라 내가 한 거야, 걔는 아무 잘못 없어’ 이렇게 얘기하는 사과입니다.

◇ 박재홍> 그런 3가지 종류의 사과, 유형별로 사례를 좀 들어주실까요? 먼저, 때 늦어 더 아쉬운 사과에는 어떤 게 있어요?

◆ 김성완>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를 예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제 90도로 머리를 2번이나 숙이면서 메르스 사태 대응에 소홀했던 점에 대해서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까?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기는 7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부회장의 사과가 좀 실기했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요. 이 부회장이 동생 이부진 씨처럼 대응했다면 삼성이 지금처럼은 욕 먹지 않았을 거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같은 경우에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제주로 내려갔거든요. 그리고 호텔 폐쇄 조치했습니다. 그리고 제주에 머물면서 현장 지휘를 했는데요. 하지만 이 부회장은 어떻게 했느냐.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잖아요. 삼성서울병원을 소유한 곳인데,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진원지가 됐는데도 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다, 이렇게 해명을 했는데도 그때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때 만약에 전면에 나섰다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라고 이재용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지금 병석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점을 더 과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번 실기를 하니까 그다음에 한 번 할 사과를 두 번, 세 번, 네 번 해도 지금 안 되는 상황이 왔거든요. 그러니까 삼성계열사 사장단도 사과를 하고 병원직원들까지 함께 모여서 병원장이 사과를 하고 병원장이 대통령한테 사과하고. 그리고 난 다음에 안 되니까 다시 이재용 부회장이 나서서 사과를 하는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건 오히려 사과를 자초했던 사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두번째, 더 화나게 하는 사과, 이건 뭡니까?

◆ 김성완> 소설가 신경숙 씨 얘긴데요. 어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표절논란을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사과를 했으면 논란이 가라앉아야 하는데 오히려 더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람들 얘기로는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이게 표절을 인정한 것도 아니고 ‘표절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박재홍> 모호하죠.

◆ 김성완> 사과를 해야 할 본인이 이렇게 얘기를 하면 그러면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은 뭐가 되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표절인지 아닌지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문단에서는 유체이탈화법이다, 이렇게까지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에서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해명하는 방법이 있죠. ‘가져다 쓰기는 했는데 표절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그걸 표절이라고 봐야 되는 건지, 뭐라고 봐야 하는 건지 참 헷갈리는데요. 글의 엄중함을 알고 있는 작가라면 사실은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니까 이것도 진정한 사과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는 이 사과가 제일 궁금한데. 사과를 대행하는 사과는 뭐예요, 그러면.

◆ 김성완> 이기호 소설가가 쓴 ‘사과는 잘해요’라는 책 혹시 읽어보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사과 대행업에 뛰어든 두 청년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코미디 같은 소설입니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으면 이 청년이 가서 대신 뺨을 맞아주고 사과를 하는 겁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그 사람 대신 사과를 하겠습니다.’ 이런 건데요. 이 소설 같은 일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을 해서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데에 대해서 공식 사과를 했거든요. 그런데 대통령은 정작 사과를 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3인칭 화법을 쓰면서 정부는 무엇무엇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지금 계속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마치 대통령이 한국의 대통령이 아닌 듯이 이런 식의 표현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정작 주무장관은 지금 계속 사과를 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소설 속 사과를 대행하는 청년의 모습이 저는 오버랩돼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사과 요구에 대응하는 세 가지 방법을 말씀드렸는데요. 세 가지 모두 사실은 진정한 사과라고 볼 수가 없겠죠. 그런데 사과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사과에 왜 이렇게 미숙하게 하는가, 이런 생각이 떠올라서 자료를 찾다가 정말 우연히 발견했는데요. 어린이 대백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거기에 사과와 변명의 차이를 아주 간단명료하게 정리를 해놨는데요. 사과는 ‘정말 미안해’ 한마디하면 된다, 그런데 변명은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이게 변명하기라고 합니다. 어린이 백과에서도 이렇게 얘기하는데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사과하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사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런 말씀이세요.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