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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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농촌진흥청이 첨단무인 제초로봇을 개발했다면서 시연회를 열었다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제대로 움직이기는커녕 잡초대신 모를 뽑는 일까지 벌어졌는데요. 잡초 대신 모를 뽑는 제초로봇,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말하자면, 전투로봇이 만들어졌는데 아군을 공격한 거잖아요. 아군을 쏜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 김성완> 비유를 하자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저도 그 화면 봤는데 어이가 없었어요.
◆ 김성완> 그럴 수밖에 없는데요. 엊그제 당진 대호간척지에서 현장시연회가 있었는데 한편의 블랙코미디였습니다. 논에 잡초를 뽑으려고 넣었던 무인로봇이 10분 만에 논 한가운데에서 멈춰섰고요. 현장에서 응급수리를 막 한 다음에 3시간 만에 겨우 다시 작동을 시켰는데 이번에는 뽑으라는 잡초는 안 뽑고 애써 심은 모를 깔아뭉개면서 지나갔습니다. 이때 농진청 관계자가 한 말이 참 애달픈데요. “야, 골이 안 맞잖아.”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논 사이에 골이 있잖아요. 모를 심으면 모 사이사이마다 골이 생기는데, 거기에 이제 잡초가 나잖아요. 잡초 생기는 그 골을 지나가야 되는데 모를 밟고 지나가버린 거죠. 명색이 무인로봇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사람이 조종을 해서 지나가는 데를, 골 조차 못 맞추면 무인로봇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냥 농기계를 사용해도 되지. 이게 중형로봇 얘기고요. 소형로봇은 움직이기는 했는데 문제는 가라는 대로 가지도 않고 지나간 자리에는 잡초가 그대로 있었다고 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김성완> 보다못한 농민들의 말이 정곡을 찔렀는데요. “그거 줘도 쓰지도 못혀.”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 박재홍> 농민들이 보시고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그런데 이게 3년 동안 6억 들여가지고 개발한 거 아닙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농진청 설명으로는 참 거창한데요. ICT기술과 위성항법기술, 로봇기술, 레이저센서기술, 각종 최첨단기술을 이용을 했다고 하고요. 제가 기사를 찾아보니까 작년 11월에는 방위사업청과 국방로봇기술 이전 협약까지 체결했습니다. 군이 사용하고 있는 원격조정기술까지 이전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겁니다. 농진청은 무인로봇이 논의 모혈을 감지하고 GPS를 통해서 자유주행을 할 수 있고 또 제초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보다 16배 빨리 잡초를 제거한다, 이렇게 자랑을 했고요. 점점 고령화되는 추세에 일손도 덜어주고 제초제를 안 쓰니까 친환경농법도 가능하다,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이게 정말 개발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발 취지도 좋고 농가의 일손 덜어주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완벽한 제품이 아닌 상태에서 시연을 한 거 아닙니까? 서두른 거네요, 그러면?
◆ 김성완> 그렇습니다. 이게 오늘의 첫번째 행간이 될 것 같은데요. 꼭 1년 전이었습니다. 작년 6월에 아주 흥미로운 행사가 하나가 있었는데요. 농진청이 논에서 풀만 골라 뽑는 제초로봇을 개발했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었습니다. 그때 이양호 청장이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을 했는데요. ‘금년 하반기에 민간업체에 기술이전을 하게 되면 내년부터는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엊그제 시연에 실패한 뒤에 이 청장이 뭐라고 말을 했는지 아십니까? 앞서 제가 말씀드린 것하고 비교를 해 보십시오. ‘시연회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좀 더 보완, 개선을 해서 민간기업에 기술이전을 하면 내년쯤이면 시험적으로 보급할 수 있을 겁니다.’ 1년 전에 한 말과 지금 한 말이 앵무새처럼 똑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매년 똑같은 말을 반복할까? 생각을 해보면요, 성과주의에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청장 재직시절에 이런 일을 했어’ 좀 과시를 하고 싶다, 이런 건데요. 그런데 과유불급이라고 욕심은 큰데 성과가 안 나니까 너무 조급한 나머지 빨리 시연회를 하라, 이렇게 채근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개발도 안 끝난 로봇을 들고 나와서 시연하다가 망신을 당한 이런 꼴이 되어 버린 거죠.
◇ 박재홍> 저는 이번 제초로봇 해프닝을 보면서 지난 2009년이었나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로봇물고기 하는 시연도 했었잖아요. 그 생각이 났어요.
◆ 김성완> 맞습니다. 저랑 생각이 똑같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이것 보면서 그걸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요. 이게 오늘의 두번째 행간입니다. 로봇물고기 개발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가서 감사원이 들여다 보니까 제대로 개발한 물고기는 없고 물 아래에서 헤엄도 제대로 못치더라, 결국은 다 고장났더라,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러면 로봇물고기를 개발하는 것 그 자체가 문제였을까요? 제가 볼 때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로봇물고기가 만약에 개발될 수 있다고 하면, 그것도 우리나라 기술로 개발이 가능하다고만 하면 해양생태계나 또 아니면 강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로봇물고기를 4대강 사업 홍보용으로 사용한 정권의 의도가 나빴다는 겁니다. 일종의 국민기만극에 활용이 됐다고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 박재홍> 수질정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크게 홍보를 했잖아요.
◆ 김성완> 4대강, 지금 녹조로 꽉 차 있는데 로봇물고기 넣어서 소용이 있을까도 싶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의도로 얘기를 했던 거니까. 결국은 개발사업 자체라기보다는 정권의 의도, 정권의 사업으로 만들었던 그 자체가 나빴다, 이런 건데요. 대통령이 무리하게 개발을 챙기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느냐, 정부부처는 개발자를 쪼겠죠. 또 개발자는 기한 내 개발이 어렵다, 이런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 박재홍> 기간을 좀 맞춰보겠습니다라고 하면서...
◆ 김성완> 그러다 보니까 엉터리 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바로 이 부분이 이번에 해프닝을 빚었던 제초로봇하고 비슷합니다. 박근혜 정부 최대 모토가 뭡니까? 창조경제입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ICT 융복합입니다.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 대표적인 산업이 로봇이고요. 그래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창조농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초로봇을 밀고 있습니다. 지난 달 황교안 총리가 세종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을 했는데요. 이게 전국의 경제혁신센터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딱 만든 건데. 세종시를 스마트농업의 메카로 키우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제초로봇 조종까지 하는 시연을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스마트하게 농사짓자고 만든 제초로봇이 지금 이런 꼴이 난 그런 상황이 된 건데요. 이렇게 정부 차원에서, 국가 정권 차원에서 사업으로 만들어놓으면 개발을 책임진 농진청의 마음이 얼마나 급하겠습니까? 하루빨리 이걸 어떻게 국민들한테 보여주고 우리가 이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고 거창하게 보여줘야 할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로봇산업 키워야죠, 당연히. 우리나라 기술로 얼마든지 제초로봇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문제는 정치논리에 휘둘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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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24(금) [행간] 잡초 대신 모를 뽑은 제초로봇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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