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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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 뭔가요?
◆ 김성완> 이른바 로봇 발연기를 선보여서 화제가 됐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어제는 시인으로 깜짝 변신을 했습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도중에 윤동주 시인의 시 한 편을 낭독을 한 건데요. 김무성의 문학정치,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변신을 자주 하시더라고요, 보면.
◆ 김성완> 맞습니다.
◇ 박재홍> 저도 기자회견 기사를 봤는데.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이라는 시였어요.
◆ 김성완> 맞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1938년 5월에 쓴 시인데요.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한 지 11달 만에 쓴 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김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칠 무렵에 이 시를 쭉 낭독을 했는데요. 원래 목소리가 살짝 두루뭉술하면서 또 무거운 편이잖아요. 그 목소리로 천천히 시를 낭독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시를 낭독을 하면 약간 뜬금없어 보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직전에 ‘새로운 길’이라는 말을 사용을 했는데요. 당 대표로서 '3고'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가겠다 이런 일종의 비전을 밝혔습니다. 3고라고 하니까, 화투 얘기가 아니고요. 여기에서 3고란 후진적인 정치를 바꾸고,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하고,라고 하는 의미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런 뒤에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흔들리지 않고 가겠다는 약속과 함께 포부를 밝히고 자신의 각오와 열정을 평소에 가장 존경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합니다라고 하면서 이 시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 박재홍>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 어떤 시인지 모르시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 김성완 씨가 목을 가다듬고 읽어주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웃음)
◆ 김성완> (웃음) 저도 참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오래간만에 들춰봤는데요. 보고 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보니까.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 . 내일도. .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 마을로.
◇ 박재홍> 좋네요.
◆ 김성완> 어렵네요.
◇ 박재홍> 시 자체가 좋아요.
◆ 김성완> 윤동주 시인이 이 시를 쓴 배경이 있는데요. 윤동주 시인이 남긴 작품 중에서 이 시가 가장 밝고 희망적인 시입니다. 윤동주 시인이 원래 연희전문학교에 들어갈 때 아버지하고 시인의 길을 갈 것인가 의사의 길을 갈 것인가를 두고 굉장히 갈등이 심했다고 해요. 아버지도 시를 좋아했는데 의사가 되기를 원했답니다. 서로 갈등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중재를 해서 문과전공으로 입학을 하게 됐는데요. 윤동주 시인 입장에서 얼마나 기뻤겠어요. 시인의 길을 갈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했으니까. 그 심정을 바로 '새로운 길'에 담았다고 합니다. 내가 시인으로서 가야 할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이다 이런 거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의미가 이 시에 담겨 있습니다.
◇ 박재홍> 정치인들은 대개 어떤 의미를 전달할 때 주로 고사성어를 인용하거나 하는데 시를 낭독하는 건 좀 낯선 풍경이네요.
◆ 김성완> 낯선 게 아니라 저는 제 기억에는 정치인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시를 이렇게 낭독하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보통 정치인들을 보면 사자성어 정치, 고사성어 정치 이렇게 해서 뒤에 정치라는 말을 붙이잖아요.
◇ 박재홍> 처음 들어보는 고사성어가 많이 나오잖아요. 궁금하게 만들고.
◆ 김성완>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새정치연합 혁신위도 요즘 고사성어 정치를 많이 하죠. 본립도생, 우산지목, 육참골단. 이런 사자성어를 사용을 하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고요. 고사성어 정치를 잘 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인데요. 사실 어떤 고사성어를 썼는지 제가 다 말씀드리기도 다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생소한 고사성어를 쓰는데. 또 그게 굉장히 또 그 정치적 상황에 잘 들어맞기도 해요. 그렇게 고사성어나 아니면 사자성어를 많이 사용을 하는데, 이번처럼 시를 가지고 이렇게 뭔가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는 제가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김무성 대표가 평소 존경하는 시인, 윤동주 시인이었다고 이렇게 밝히기는 했습니다마는, 하지만 윤동주 시인의 시가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김무성 대표가 윤동주의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 김성완> 아마 우리 국민들한테 여론조사를 하면 가장 존경하는 시인이 누구입니까,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입니까라고 하면 아마 윤동주 시인을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의 시 가운데 비교적 덜 알려진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굳이 '새로운 길'이라고 하는 시를 선택한 심리가 뭘까. 일종의 정치심리학 같은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김 대표의 자기고백이자 자기합리화, 미래 희망이 아마 이 시에 담겨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저는 해봤는데요. 매년 새해가 되면 우리는 새로운 다짐을 하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올해는 담배를 끊을 거야, 살을 뺄 거야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어제와 오늘의 시간이 다르지는 않잖아요. 사실은 시간은 계속 연속선상에 있는 거고. 그렇게 움직이는 거지만 그렇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간이라고 항상 느끼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게 일종의 과거의 시간과 오늘의 시간, 새로운 시간은 다르다라고 우리 스스로가 뭔가 새로운 의미부여를 하는 게 아닐까, 자기 고백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대표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 대표로서 두 차례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했잖아요. 사실 이건 당 대표로서 최고의 값진 성과를 낸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도 부침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결국 부침이라고 하는 게 어디에서 나왔느냐. 사실은 다 박근혜 대통령하고의 관계에서 나왔어요. 지난번 국회법 개정안 파동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상하게 박 대통령 앞에만 서면 굉장히 작아지는 존재가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문제들 때문에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비판과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아마 그런 회한이 여기에 담기 있지 않을까, 과거의 길이 아니라 나는 앞으로 새로운 길을 가겠다, 이런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자기합리화에 관한 부분인데요. 새로운 길에 대한 뭔가 애정, 또 관심을 갖는 이런 부분들을 표출했다는 얘기는 거꾸로 말하면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했어, 2년 동안. 뭔가 나는 열심히 하기는 했어, 이런 식의 자기합리화도 여기에 표현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나는 늘 새로운 길을 선택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쭉 새로운 길을 선택해 갈 것이다, 이런 모습을 국민들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일종의 미래에 대한 희망인데요. 이건 그대로 시에 나와 있습니다. 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을 일종의 공개적으로 선포하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총선 승리가 최대 과제로 남아있잖아요. 그 새로운 길 안에 김무성 대표는 말하지 않지만 대선 얘기도 들어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결국 내가 가는 길, 내가 걸어가는 길은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까지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1년, 과연 새로운 길을 걸어갈지 아닐지 지켜봐 주셨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 박재홍>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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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7/14(화) [행간] 김무성의 문학정치
20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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