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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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30(화) [행간] 초대받지 못한 노동자들
2015.06.30
조회 70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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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며칠 전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는 세번째로 긴 철도터널 관통식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터널을 뚫기 위해 사투를 벌인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 없었는데요. 초대받지 못한 노동자들,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터널, 철도터널, 그러니까 길이가 50km가 넘는다는 그 ‘율현터널’ 말씀하시는 거죠?

◆ 김성완> 맞습니다. 터널길이가 길어야 몇 킬로미터 정도된다,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이 터널은 길이가 50km가 넘습니다.

◇ 박재홍> 어마어마하네요.

◆ 김성완> 더구나 이게 수도권 신도시 아래에 땅 속 50m 깊이에 이렇게 긴 길이로 터널을 판 겁니다. 아파트가 즐비한 도심 지하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면서 땅 속을 판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공사기간만 장장 3년 5개월이 걸렸는데요. 수서와 평택을 잇는 고속철도구간의 81%를 이 터널이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공사를 한 겁니다. 그만큼 개통의 효과도 대단한데요. 내년 7월 완공, 완전 개통이 되면 수서와 평택은 24분, 부산과 목포는 2시간 이내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역사는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고요. 세계에서 세번째 규모인데. 세계적으로 현재 운행 중인 철도터널 중에 가장 긴 터널이 스위스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이라고 하는데, 이게 57km입니다. 그리고 일본 세이칸 터널이 54km. 그리고 율현터널이 50.3km입니다. 대단한 터널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 박재홍> 그러네요. 그렇게 세계적인 공사를 이제 끝낸 거 아닙니까? 그래서 이를 축하하는 관통식을 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노동자들이 초대받지 못했다, 이건 무슨 얘기예요?

◆ 김성완> 얘기 들으시면서 굉장히 황당할 것 같은데요. 어제 조선일보 인터넷판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지난 24일 오전 11시 ‘율현터널’이 지하구간을 벗어나서 지상과 뚫리게 됩니다.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 연결되는 구간에서 관통식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터널을 뚫기 위해서 2, 3년씩 지하에서 사투를 벌이면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자리를 대신한 사람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각계 인사, 이른바 높으신 분들 100여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어처구니가 없는데요. 노동자들 말에 따르면 현장사무소에서 ‘장관님을 비롯해 높으신 분들이 오시니 출근도 하지 말고 현장 주변에 얼씬거리지도 말라.’ 이렇게 얘기를 했답니다.

◇ 박재홍> 얼씬도 하지 말라고요? 도대체 무슨 얘기예요?

◆ 김성완> 더 황당한 건 현장사무소 관계자의 해명인데요. 이게 해명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건데, ‘현장에 분진도 많고 외부 인사가 많이 오가니 쉬라는 얘기였지 강제로 현장에 나타나지 말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 와전된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 박재홍> 현장에 분진도 많으니까 오지 말라, 도대체 무슨 얘기예요, 이게.

◆ 김성완> 분진이 많으면 장관도 오면 안 되죠, 사실은.

◇ 박재홍> 그러니까요. 고생한 노동자들을 마치 지저분한 사람 취급하는 느낌도 있고요.

◆ 김성완> 저는 왠지 신분제 사회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나라가. 예전에 조선시대 때 그랬잖아요. 양반들이 지나갈 때 앞으로 가면서 ‘물럿거라’ 이렇게 얘기하면 신분이 낮은 평민이나 천민은 길 한 쪽으로, 양쪽으로 쫙 비켜줘야 하는.. 마치 그런 사람 취급한 것 같다, 이런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저는 이번 일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문뜩 떠올랐잖습니다.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요. 그동안 잊고 살았던 군시절의 경험이 불현듯 떠올랐는데. 소장이 그러니까 투스타가 부대 시찰 온다고 일주일 동안 정말 열심히 청소를 했습니다.

◇ 박재홍> 투스타면 사단장급이네요.

◆ 김성완> 그런데 막상 방문 당일날, 저희 부대원들을 다 산으로 올라가라고 하는 겁니다.

◇ 박재홍> 산에요?

◆ 김성완> 너희들은 지저분하니까 부대에서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산에나 올라가서 훈련받고 있다고 얘기를 해라, 그러니까 밑에서 깔끔하게 입은 애들만 왔다 갔다 해라, 이렇게 얘기했던 게 떠오르는데요. 저랑 비슷한 시기에 군 생활을 경험했던 제 지인분은 이런 얘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사단장이 부대를 방문한데요. 헬기를 타고 온다고 먼지 풀풀 나는 연병장에 물을 뿌려라, 이런 지시가 떨어졌는데요. 연병장이 굉장히 넓잖아요. 온갖 도구를 동원해서 부대원, 전원이 나가서 물을 뿌렸는데. 여름이라 땅은 자꾸 마르지, 온다는 사람은 자꾸 오는 시간이 늦어지지, 그래서 이렇게 서너번 정도 물을 뿌렸는데 나중에 방문이 취소됐답니다. 이건 제 경험담이니까 말씀을 드리는 건데요. 높은 한 사람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인냥 일종의 도구화되는 현상들이 이런 곳에서 발생을 하는데, 그 25년도 더 된 얘기, 요즘에는 군대에서도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아직도 2015년 건설현장에서 이런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박재홍> 나머지 또 하나는 뭡니까?

◆ 김성완> 작년 8월이었었죠.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가 저는 문뜩 떠올랐습니다. 그때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치유의 느낌을 받았습니까? 우리 사회가 뭔가 변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고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가 '우리가 이제는 뭔가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였을때, 바로 그때 교황께서 방한했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십시오.’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개발독재 시절부터 따지자면 사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오직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수단이 되어 버린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에 시대가 많이 변하면서 노동자들도 일자리도 많이 늘고 소득도 많이 늘어나고 대한민국이 잘사는 나라가 됐다, 이런 평가를 하기는 하지만 사실은 어떻게 보면 시간이 계속 지날수록 노동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없어지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마치 소모품 취급을 당한다,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물론 젊은 청년층 같은 경우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오히려 난리고, 칠포세대니 아예 다포세대니, 모든 걸 다 포기한 세대다, 이런 말까지 지금 나오고 있는 게 현실 아니겠습니까? 그런 생각들이 문뜩 오버랩되면서 지금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노동자들이 자기가 물건을 만들고 난 다음에 그 물건을 사기 위해서 오히려 더 많은 걸 희생해야 하는 이 노동이 소외되는 현상을 어떻게 지금 바라봐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교황은 그런 한국경제의 비인간적인 모습에 일침을 가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간적인 경제를 만드십시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얘기를 한 거거든요. 또 반대로 ‘성장지상주의와 물질주의와 좀 싸우라’ 이렇게 얘기를 한 거나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어딘가 누구를 향해서 막 싸우라, 이런 의미라기보다는 우리가 1년 전 일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면서 우리는 정말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라는 걸 이번 사례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박재홍> ‘율현터널’ 공사하시느라 고생하셨던 노동자들,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김성완 씨였어요.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