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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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공지영 (소설가)

소설가 공지영 씨가 엄마의 마음으로 독자들 앞에 섰습니다. 신간 에세이집인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통해 20대 후반의 딸에게 주는 공지영표 레시피를 공개했는데요. 배가 고플 때 펼쳐 보는 것도 좋지만 마음이 허할 때, 인생에 대한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 보면 더 좋은 책이라고 합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소설가 공지영 씨가 말하는 인생 요리법에 대해서 들어보죠. 공지영 작가님, 안녕하세요.
◆ 공지영>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새 책 들고 나오셨네요.
◆ 공지영> 예.
◇ 박재홍> 독자들과 만나는 소감이랄까요? 기분이 어떠세요.
◆ 공지영> 그냥 좋습니다. (웃음)
◇ 박재홍> (웃음) 그러시군요.
◆ 공지영> 28번째 책이에요. 그래도 신기하게 새 책이 나올 때마다 늘 설레이고 그렇습니다.
◇ 박재홍> 그러네요. 새 책을 낼 때마다 새로운 마음이고 독자들과 만나는 마음은 변함없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새로 나온 책 제목을 보니까 ‘딸에게 주는 레시피’예요. 요리법이라하면 공지영 셰프님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웃음)
◆ 공지영> (웃음) 아니예요. 엄마가 딸한테 가르켜주는 간단한 요리에 대한 책이고요. 예전에 저희 어머니가 저한테 하셨던 것처럼, 간단한 요리를 가르쳐주면서 곁들여 약간의 고민에 대해서 제가 조언해 주는 방식의 그런 책입니다.
◇ 박재홍> 저는 사실 책을 보면서 좀 의외였어요. 왜냐하면 워낙 작품 활동 바쁘시잖아요. 그렇게 바쁘신 분이, 집에서 요리할 시간도 없으실 것 같은데요. 이렇게 레시피를 쓰실 정도면 보통 고수가 아닌거잖아요? (웃음)
◆ 공지영> (웃음) 그건 아니고요. 제가 말하자면 엄마, 주부 생활을 한 지 30년째가 되가니까요, 다른 엄마들 정도는 하죠. 그리고 원래 어렸을 때부터 먹는 것도 좋아했고 또 커서는 제가 직접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걸 되게 좋아했었어요. 아주 간단하게, 그렇지만 산뜻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좋아해요. 제 모토가 10분 내외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만들어서 먹고, 그 이상 복잡한 건 나가서 사 먹어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 박재홍> 무엇보다 책 내용을 보니까 요리 내용 뿐만 아니라 따님과 따님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주는 인생조언, 또 응원의 메시지가 담겼어요. 그리고 그 매개체가 요리였는데, 왜 요리를 선택하셨을까요?
◆ 공지영> 우리 아이들 세대가 정말 문제가 많아서 정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건, 우선 네 몸을 돌봐라였어요. 다른 건 너무 어려워요. 남 돌보기도 어렵고 세상을 바꾸기도 너무 어려우니까, 우선 한 끼, 따뜻하고 맛있고 품위 있게 먹자, 이런 것부터 간단하게 시작하는 게 옳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 중에서도 우리 청년들에게 좀 추천해 주고 싶은 레시피는 어떤 게 있을까요?
◆ 공지영> (웃음) 레시피들이 두세 가지의 재료로, 10분 내로 요리해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제가 책에서 딸을 해줬던 말은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때문에 너무 먹는 것에만 주력하지 말아라 예요. 가끔은 분노나 이런 것들이 차오를 때, 마음이 뜨거울 때는 거꾸로 몸을 확 비워내버리면 에너지가 쭉 빠지면서 분노나 좌절의 에너지도 같이 빠져버리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비우는 것도 많이 요구했고요. 또, 3분만에 할 수 있는 시금치 샐러드, 그다음에 꿀바나나, 그런 것도 좋고요.
◇ 박재홍> 요리 레시피를 보면 상황에 맞게 요리를, 처방이라고 할까요? 추천을 해 주셨는데요. 제일 재미있게 본 게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 요리로 순댓국을 추천하셨네요? (웃음)
◆ 공지영> (웃음) 그것도 인스턴트였죠.
◇ 박재홍> 그런데 대개 생일요리는 젊은 친구들에게 파스타, 이런 걸 추천하실 것 같은데 순댓국을 추천해 주셨어요.
◆ 공지영>(웃음) 지난 젊은 날들을 생각을 해보니까 생일날 기뻤던 날보다 슬펐던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왜 내 생일에 하필 왜 이런 일이 일어나, 이런 일들이요. 하필 내 생일인데 '왜 아무도 없어?' 이런 생각들이 들잖아요. 그래서 전 오히려 거꾸로 이런 날일수록 더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넘어가는 연습을 하자, 왜냐하면 생일을 미리미리 누군가가 축하해 주지 않아도 내 존재 자체가 정말 소중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냉장고 냉동실에서 인스턴트 순대국 꺼내서 간단하게 끓여먹고 즐겁게 지내자, 이런 얘기를 한 거예요.
◇ 박재홍> 그렇군요. 책을 통해서 그야말로 따뜻한 인생의 조언을 전해주셨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인생 어차피 힘든 거다'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인상 깊게 봤는데 어떤 의민가요?
◆ 공지영> 네, 저도 그랬지만요. 요즘 저희 딸 세대를 보니까, 마치 '고통이나 어떤 어려움 같은 것들이 인생에 끼어들지 말아야된다'란 생각이 좀 있더라고요. 저도 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세상은 절대 행복하게만 살 수 없거든요. 그래서 '괜찮아, 인생이 행복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단지 고통 하나가 너에게 온 거야라'라고 얘기를 했더니, 딸도 '엄마 이제 좀 나아' 이런 얘기를 하기는 하더라고요. 물론 힘들겠죠. (웃음)
◇ 박재홍> 그 말씀은 제게도 많이 위로가 되네요. (웃음)
◆ 공지영> (웃음) 저도 많이 위로받았습니다.
◇ 박재홍> 앞서, 공지영 작가님께서 사람들에게 요리해 주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작가님이 제일 자신 있게 대접할 수 있는 필살기 요리, 제일 잘하시는 요리는 뭐예요?
◆ 공지영> 안심스테이크 잘해요.
◇ 박재홍> 안심스테이크요? 저희 제작진도 고기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웃음) 그런데, 안심스테이크라고 하면 고난이도 요리 아닌가요?
◆ 공지영> 책에 설명을 했놨는데요. 굉장히 쉬워요. 고기를 기름기 없이 준비해서 올리브 기름하고 약간의 후추, 그리고 허브가 좀 있으면 같이 재워요. 3시간 이상 상온에 나뒀다가 앞뒤로 빨리 구워내면, 속 안엔 부드러운 육회가 남아 있고요. 겉은 바삭하게 되요.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예요.
◇ 박재홍> 그렇군요. 대접을 했을때 반응이 좋았나봐요.
◆ 공지영> 네. (웃음) 그런데 하는 사람은 되게 수월하고요.
◇ 박재홍> 먹는 사람들도 좋고, 요리하는 사람도 좋고, 다 좋네요. 언제한번 저희도 초대해주세요. (웃음) 이번에 에세이 집을 내셨지만, 또 소설도 준비 중이시잖아요. 다음 작품은 언제쯤으로 될 수 있을까요?
◆ 공지영> 다음 작품은 겨울쯤 그러니까 내년 초쯤, 독자분들과 만나 뵐 수 있도록 준비하고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 박재홍> 내년 초쯤이요? 대략 어떤 내용인지 조금만 공개를 해 줄 수 있을까요?
◆ 공지영> 제목은 ‘거짓말’입니다.
◇ 박재홍> ‘거짓말.’
◆ 공지영> 어떤 사건 하나를 모티브로 해서 그 사건에 대한, 각자의 속에 있는 거짓말들, 커다란 거짓말, 작은 거짓말 이런 이야기들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 박재홍> 다음 작품, 기대가 되는데요. 이번 에세이집도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는 선물이면 좋겠네요. 오늘 너무 반갑고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공지영>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신간 에세이집.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들고 온 작가 공지영 씨를 만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