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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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9(금) [행간] 국민걱정처가 된 국민안전처
2015.06.19
조회 865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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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 들어볼까요?

◆ 김성완> 메르스와 가뭄, 이 두 가지 국가적 재난이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전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재난 컨트롤타워로 만든 국민안전처는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걱정처가 된 국민안전처,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국민걱정처가 된 국민안전처. 이름만 국민안전처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됐는데 무슨 일을 했냐,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김성완> 맞습니다. 제가 국민걱정처라고 말씀드린 첫번째 이유가 될 것 같은데요. 국민안전처라고 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고 만든 기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기구가 메르스 사태 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안전을 지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걱정을 산더미처럼 안겨줬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 번 기억을 더듬어볼까요? 메르스 국면에서 처음으로 국민안전처 명칭을 들어본 게 언제쯤인가요? 아마 이달 초쯤 정도가 됐었던 것 같은데요.

◇ 박재홍> 초쯤이었던 것 같아요.

◆ 김성완> 그게 6월 2일이었는데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나서 이미 메르스가 퍼질 대로 다 퍼진 상황이었습니다. 그제서야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해서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구성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도 아니고 이미 정부 메르스 대책기구가 3개니, 4개니, 6개니 이런 말이 나오는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가 구분도 안 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놓은 거죠.

◇ 박재홍> 이러다가 국민안전처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린 게 긴급재난문자였죠?

◆ 김성완> 이걸 황당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던데요. 범정부대책기구를 구성한 지 나흘 만인 지난 6일이었었죠. 주말이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긴급재난문자 받고 난 다음에. 주말 오전 11시쯤에 갑자기 휴대폰에서 평소에 듣지 못했던 이상한 경보음이 막 울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하셨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문자를 확인해 보고 난 다음에 아마 분노까지 치밀어 오르신 분이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이게 국민안전처가 '국민뒷북처'라는 말을 네티즌 사이에서 들었던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긴급재난문자로 보낸 게 메르스 예방법이었는데, 자주 손 씻기, 재채기할 때 코 가리기.. 이거 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거 아니겠습니까?

◇ 박재홍> 이미 메르스, 메르스.. 이런 뉴스로 많이 피곤하신 상태인데 문자까지 왔잖아요.

◆ 김성완> 국민안전처는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보냈다고 얘기를 하는데, 초등학교 다니는 제 아들이 있지만 이미 학교에서 낙타하고는 접촉을 하지 마십시오라는 안내문을 들고 왔더라고요, 집에. 아이들도 낙타 만지면 안 된다는 거 아는 세상에 무슨 실천을 하겠다고 손 씻기 잘 하라고 국민들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느냐, 이런 비난을 많이 듣기도 했었습니다.

◇ 박재홍> 문자는 보내야 되겠습니다마는 너무 뒷북이었다, 이런 비판이 가장 핵심이었고요.

◆ 김성완> 국민안전처가 또 국민분노처가 된 사건도 있었죠. 국민안전처 관계자가 ‘신종플루 때처럼 300만명 정도는 감염이 돼야 중대본를 가동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아니, 300만명이 감염이 되면 도대체 몇 명이 죽어야 중앙대책본부를 만드느냐, 이런 비난이 쏟아졌었는데요. 이성호 차관이 오보다, 이렇게 뒤에서 해명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면서 설명을 한 게 ‘신종플루 때와 비교했을 때 전국 단위로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취지의 말을 했거든요. 이게 도대체 해명인 건지, 아니면 잘못한 것을 다른 말로 덮으려고 했던 건지. 지금도 사실 제가 그 글을 읽어보면서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범정부대책본부를 운영을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 격리자를 1:1 관리하고 이송하고 하는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국민안전처가 옥상옥이다, 국민 옥상옥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있는 행정자치부도 있고 또 거기에다가 국민안전처도 있고, 여러 가지 대책본부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안전처한테 안 보내도 될 만한 서류를 계속 만들어서 보내느라고 너무 괴롭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이중보고, 중복보고 문제도 계속 나오고 있고. 메르스 사태의 교훈 때문일까요? 국민안전처가 가뭄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 김성완> 그렇게 보이세요? 제가 볼 때는 동의가 안 되는데요. 제가 별명을 하나 더 만들어준다면 국민안전처가 아니라 '농민속터져처'입니다.

◇ 박재홍> 농민속터져처.

◆ 김성완> 왜냐하면 가뭄이 시작된 게 언제인가요? 가뭄이 메르스처럼 어느 날 짠 하고 나타나서 국민들 괴롭히고 하는 전염병인가요? 그게 아니거든요. 이건 우리 치수관리, 국가의 치수관리 문제하고도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전부터 시작됐던 얘기입니다. 지난 겨울부터 계속됐고요. 봄철 내내 농촌에서는 가뭄, 가뭄 얘기를 했어요, 계속. 환경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1월 이미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올 것이다, 이렇게 경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가뭄현장을 처음 방문한 게 언제인지 아십니까? 엊그제였습니다. 엊그제 포천 농민한테 찾아가서 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힘 내시라 이렇게 격려를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가뭄이 시작된 게 언제인데 엊그제 가서 방문할 정도면 국민안전처가 그동안 뭐 했느냐, 이런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거죠. 뒤늦게 특별교부세 60억원을 지원했다고 하는데. 이미 논바닥 쫙쫙 갈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작물이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기에 물펌프로 갖다가 퍼부었다고 그래서 얼마나 대책이 될 것인가, 이런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데요. 국민안전처 역할이 뭡니까? 재난이 터졌을 때 지원하고 복구하는 역할만 있는 게 아니고요. 재난이 발생하기 이전에 그걸 예측해서 대비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역할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뒷북 대응만 할 것인가,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인데요. 해상사고 대비하고 펜션 불 나면 화재 대비하고 이런 식으로 맨날 뒷북만 치는 이런 국민안전처가 과연 얼마나 쓸모 있을 것인가, 이런 회의적인 얘기까지 지금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하지만, 국민안전처에 위상에 걸맞는 권한이 없다,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분석도 있는데요.

◆ 김성완> 국민안전처쪽에서는 그렇게 얘기할 것 같습니다. 또 그 얘기가 전혀 설득력이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 이유가 제가 볼 때는 세 가지인데요. 첫째로는 대통령의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게 가장 중요하겠죠. 국민안전처에게 힘을 실어주면 되는 거거든요. 둘째, 국민안전처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 ‘우리 국민안전처야’라고 나서면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서면 어느 누구 반대할 사람이 없거든요. 그런 일을 제대로 못해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요. 마지막 세번째, 이게 지적하신 부분일 것 같습니다. 조직 구조상 뭔가 권한과 역할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국민안전처를 보면 해경하고 소방방재청 두 개 합쳐놓은 것 같은 정도 역할밖에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전 부처를 지휘하고 그 부처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에 걸맞는 위상과 역할을 부여해 줘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정부도 그렇고 국회도 나서서 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