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6/10(수) [행간] 가겨거겨.. 한글 교실된 국회
2015.06.10
조회 866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요즘 국회가 한글공부에 한창입니다.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보내기 전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번안을 중재안으로 내놨는데요. 원안과 개정안, 중재안 그걸 또다시 수정하는 번안까지, 법안 문구수정을 놓고 지금 고민에 빠졌습니다. 가갸거겨.. 한글교실된 국회,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국회가 한글교실이 됐다, 이런 말씀인데. 일단 국회법 번안, 번안이라는 용어가 굉장히 생소하네요.

◆ 김성완> 맞습니다. 저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인데요. 워낙 이게 드문 일이다 보니까 용어가 낯선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국회법 91조에 이 번안 규정이 있는데요.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을 정부로 이송하기 전에 그 내용을 수정해서 재의결하는 절차를 번안이라고 합니다. 의결한 법안을 다시 손보는 것이기 때문에 거의 헌법개정에 맞먹을 만큼 절차가 까다로운데요. 우선 법안 제출자가 발의했던 의원들의 동의를 얻고요. 그런 뒤에 법안을 찬성했던 의원들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추가로 얻어서 새 안을 제출합니다. 이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해서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을 해서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이 되는 겁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느니 청와대의 의견을 반영한 번안이라도 만들어서 처리하자, 이런 상황인가요. 그러면?

◆ 김성완> 맞습니다. 바로 그게 핵심인데요. 정의화 국회의장이 내놓은 번안이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에 국회가 얼마나 고민이 많았는지 그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어떻게 바꿨는지, 어떤 중재안을 제시했는지 그 내용을 소개해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곧바로 중재안부터 말씀드리면 아마 굉장히 헷갈리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법안이 어떻게 개정이 됐는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논란이 된 법안이 국회법 제98조 2의 3항입니다. 지난 달 29일 국회가 처리를 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건데요. 처리하기 이전 기존 법안을 제가 천천히 읽어드리겠습니다. 귀를 쫑긋하고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이 법률 취지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 박재홍> 원래 이전 법안이요.

◆ 김성완> 이 법안을 지난 달 29일 이렇게 개정을 했는데요. 지금이 이제 이때부터 헷갈립니다. 잘 들어보십시오.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이 법률 취지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 변경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두 법안의 차이를 아시겠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통보가 요구로 바뀐 거고. 처리 계획과 결과를 처리하고 결과를 보고한다, 이렇게 바뀐 거잖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제 옆에 계셔서 확실히 들으신 것 같습니다. (웃음)

◇ 박재홍> (웃음) 옆에서 과외 받듯이 공부하고 있어요.

◆ 김성완> 첫 문장 끝부분의 단어가 통보가 요구로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시행령 등이 법률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도 국회가 통제할 방법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내용을 통보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따르면 않으면 그만이었는데, 이걸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했다는 게 첫번째고요. 두번째로는 두번째 문장 중간 부분에 들어있는데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 있던 것을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보고해야 한다, 그러니까 처리를 한 뒤에 보고하도록 이렇게 바꾼 겁니다. 그러니까 행정부가 국회의 요구를 조금 더 따를 수 있도록 강제한 조항들을 넣었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강제성 여부를 두고도 굉장히 논란이 많았었던 거고.

◆ 김성완> 위헌 논란이 있었죠.

◇ 박재홍> 그러면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 번안 내용은 뭐예요, 그러면?

◆ 김성완> 정 의장이 어제 내놓은 중재안은 청와대 우려와 입장을 수용한 거라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잘 들어보십시오. ‘수정, 변경을 요구한다’는 이 표현을 다시 ‘요청한다’로 바꿉니다. 그러니까 통보가 요구로, 요구가 요청으로 바뀐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한다.’ ‘처리 후 보고한다.’ 이렇게 되어 있던 것을 ‘검토하여 처리한다.’ 이렇게 수정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검토한 다음에 처리 안 해도 된다고 판단하면 안 해도 되는, 그렇게 해석할 수 있나요?

◆ 김성완> 맞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개정하기 이전의 국회법 하고 뭐가 다르냐, 이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통보와 요청이 무슨 차이지?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통보는 단순히 알리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상대방한테 얘기해 주는 건데 요청은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것보다는 조금 더 진일보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처리한다, 이걸 검토하여 처리한다 그러면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가 보고 우리 마음에 안 들어, 그러면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검토해서 처리를 하는 거니까 검토를 해보니 마음에 안 든다, 이런 거고요. 그러면 이건 사실은 하지 말자는 얘기랑 거의 똑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리고 정부가 따르지 않으면 보통 법률개정안 같은 경우에는 그걸 이행하지 않으면 거기에 따르는 처벌규정이든 아니면 강제규정이 뒤따르게 되거든요. 그런데 처벌규정과 강제규정이 없어요.

◇ 박재홍>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강제성이 없을 거라면 국회법 개정을 왜 했나, 이전 법과 무슨 차이가 있나, 이렇게 의문을 가지실 것 같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렸던 게 한글교실 같다, 국회가. 이렇게 말씀을 드린 거예요. 청와대와 정치권의 반응이 참 재미있는데요. 정치권 같은 경우에는 국회는 여야 합의로 이걸 손 본 거 아니겠습니까? 사실 정부가 시행령 꼼수를 많이 부려왔거든요, 그동안에. 법안을 통과시켜서 정부로 넘기면 정부가 법안 내용에 규정되어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정부가 하고 싶은 대로 시행령 만들어서 시행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게 바로 세월호 관련되어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권한을 대폭 객관적인 사람들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넘겨줬더니 정부가 정부 스스로, 우리가 우리를 조사하겠다, 이렇게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그게 바로 시행령 꼼수라고 하는 건데. 그런 걸 막겠다고 국회법을 개정을 했더니 나중에 중재안까지 와보니까 개정할 필요가 없었네, 이렇게 되어 버린 겁니다. 그런데 여당 지도부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고요. 야당은 지금 미적미적하면서 처리한다 정도는 손대는 건 안 될 것 같아,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고요. 청와대는 일단은 불쾌하다,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은 제가 볼 때는 표정관리하는 것 같습니다. 여야가 합의해서 갖고 오면 그때 가서 우리 입장 얘기해 줄게,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은요, 국회가 이렇게 법안을 가지고 수정안까지 만들고 중재안까지 만들어서 할 필요가 있었나, 이런 생각까지 드는데요. 그 똑똑하다는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이렇게 가갸거겨 하면서 한글교실 만드는 모습, 참 답답합니다.

◇ 박재홍>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어요.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