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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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20(월) [행간] 국민의 5.6%가 보이지 않는 사회
2015.04.20
조회 133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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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내용은요?

◆ 김성완> 오늘이 장애인의 날이라는 사실을 아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의 장애인 복지가 얼마나 열악한지 그 실태가 낱낱이 드러납니다. 국민의 5.6%가 보이지 않는 사회,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저도 기사를 보고 정말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더군요.

◆ 김성완> 맞습니다. 저도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놀라기도 했는데요. 간단히 조사 내용을 정리를 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를 한 마을이라고 생각을 하면요. 100명 중 6명, 그러니까 5.6%가 장애인입니다. 전체 인구로 환산을 하게 되면 272만 6000명이나 되는데요. 서울시 인구의 4분의 1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장애인 10명 중에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나신 분, 그러니까 선천적 장애인은 1명에 불과하고요. 9명은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 같은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인이 됐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장애인 고령화도 심각했는데요. 전체 장애인의 43%, 그러니까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 노인이었습니다. 또 장애인 4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었고요. 비장애인과 비교할 때 우울감은 2배 이상, 자살 생각률은 5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또 15세 이상 장애인 10명 중 6명은 미취업 상태였는데요. 이게 비장애인에 비해서 한 2배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이렇다 보니 생활고를 겪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장애인이 10명 중 7명에 달했고요. 이번 조사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3만 8560가구에 대해서 방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입니다.

◇ 박재홍>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서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다, 이 얘기는 장애인이 사회와 단절돼 있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그래서 행간 제목을 국민의 5.6%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요. 장애인 인구가 인천시 전체 인구와 맞먹습니다. 인천시가 290만인데요. 장애인이 지금 270만 아니겠습니까? 이 많은 장애인을 길 가다가 만나는 경우가 자주 있나? 생각해보면, 거의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체험적으로 느꼈을 때도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장애인들이 집이나 장애인 관련되어 있는 시설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거거든요. 이건 장애인 이동권 문제하고 아주 직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닷새 전에 문형표 복지부 장관하고 기자들이 시각장애 체험을 했는데요. 눈을 가리고 2m을 걷는데 1분 정도가 걸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점자블록이나 이런 게 있지만 끊겨있기가 일쑤이고 장애인 관련 시설이 그동안에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아주 심각한 상태다, 이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라는 게 있잖아요.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서 직접 찾아가서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요. 이것도 장애 1, 2급에만 제한적으로 적용이 되고 그것도 일상생활 하는 데 최소한의 도움, 이 정도 수준이지 외출이나 여행을 가는 건 거의 꿈도 꾸기 힘든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참 이게 가슴 아픈 일인데, 집에 화재가 발생해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참변을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 않습니까?

◆ 김성완> 이게 툭하면 한 번씩 나오는 소식인 것 같아요. 가장 대표적인 게 작년 4월 13일에 있었던 사건이었는데 고 송국현 씨가 그런 문제 때문에 숨진 경웁니다. 몸을 혼자 가누기 힘들 정도로 장애가 심각했는데요. 편마비에 언어장애까지 있었습니다. 일종의 중복 장애가 있어서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는데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집에 불이 났는데 문이 뻔히 열려 있었지만 그 열린 문으로 나가지 못해서 참변을 당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 박재홍> 이 사건 이후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문제가 또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복지부가 2017년까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 이렇게 목표를 제시했고 지금 연구 작업에 들어가 있는 상황인데요. 장애인들이 볼 때 이 장애 등급제가 아마 가장 심각한 현안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장애등급제는 1989년 장애인 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시작된 제도인데요. 장애인들은 각각의 등급이 다 매겨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각이나 청각, 지체 같은 한 15개의 장애의 유형을 의학적인 기준에 따라서 1급에서 6급까지 나누게 됐는데요. 이 등급에 따라서 복지 서비스를 각각 차별화해서 지금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등급이라고 표현해서 좀 그런데.

◇ 박재홍> 사람인데.

◆ 김성완> 사람한테 등급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 요소가 있잖아요. 그리고 장애인의 상당수가 중복 장애인이고 장애인마다 처한 환경이 다 각자 다른데 어떻게 의학적 기준으로 한 사람을 당신은 몇 급입니다, 몇 급입니다, 이렇게 매기는 것 자체가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 너는 손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 몇 급이고 발을 조금 움직일 수 있으니까 몇 급다, 이런 식의 판정을 내리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데요. UN이 작년에 현행 우리나라의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 이렇게 권고까지 한 상황입니다. 선진국에서는 한 10여 년 전에 장애등급제가 상당히 논란이 많이 됐고 다 폐지를 한 상황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장애인의 특성과 재활욕구, 또 처한 환경에 따라서 이런 것들을 다각적으로 전문가들이 검토한 다음에 거기에 따라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바른 방향이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박재홍> 앞서 장애인 실업률이 60%가 넘는다,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마는 경제적인 자립 문제도 심각하잖아요.

◆ 김성완> 며칠 전이죠? 굉장히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는데, 이른바 현대판 염전 노예라고 해서 작년 2월쯤에 굉장히 큰 논란이 됐었잖아요. 그런데 그때 있었던 장애인들이 집으로 왔다가 다시 그 염전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뉴스가 있었습니다. 염전 노예로 일했던 장애인이 41명이었는데 이중에 10명이 염전으로 되돌아갔다는 건데요. 왜 그러면 집으로 돌아갔을까 생각을 해보면 가족들의 외면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집에 가서 보니까 일자리도 없고 자활 자체가 불가능한 거예요. 차라리 염전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내 손으로 내가 스스로 살 수 있으니까 더 좋겠다, 이런 판단을 한 겁니다. 이게 작년에 논란이 됐던 것만 아니고 2008년도에도 똑같이 논란이 됐는데 그때도 다 되돌아갔어요, 장애인들하고 노숙자들이. 이게 우리 지금 사회의 현실이 아닐까 싶은데요. 장애인 일자리 늘리겠다, 정부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얘기를 하지만 결국 공염불로 끝났다는 얘기입니다. 작년 국감 때 한 300곳이 넘는 공공기관을 조사를 해봤더니 2분기까지 채용한 장애인이 단 한 명도 없더라,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았을 때 패널티를 받잖아요. 벌금을 받게 되는데 그 벌금 내고 말지, 이런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 박재홍> 문제네요.

◆ 김성완> 정부가 장애인의 날마다, 장애인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줄줄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는 것은 많지 않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애인 복지는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후천적인 요인이 훨씬 더 많다고 하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좀 사회적인 안전판의 역할로써 장애인 복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