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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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며칠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학부모가 올린 사진과 글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안내문에는 ‘절대 자살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초등생에게 자살 금지 서약 강요하는 학교,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저도 그 뉴스 보고 놀랐는데, 초등학교 1학년 학생한테까지 자살 금지 서약서를 받습니까?
◆ 김성완> 글쎄요. 저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인데요. 이런 걸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저는. 그런데 아마 이런 경우가 있는 모양입니다, 보니까. 글을 올린 학부모에 따르면 아이가 지난주 금요일날 학교에서 안내문을 받아왔답니다. 보고 깜짝 놀랐던 것 같은데요.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다음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는데 안내문의 가장 위쪽에는, 이게 자살방지서약이나 이렇게 되어 있는 게 아니고. ‘생명사랑서약서’ 이렇게 제목이 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나는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절대로 자살하지 않을 것을 다음과 같이 약속합니다.’ 그리고 난 다음에 4가지 실천조항이 들어있는데요. ‘첫째, 나는 절대로 자살하지 않을 것이며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둘째, 나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적당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겠습니다.’ ‘셋째, 내 주변에 자살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없애며 술, 담배 등 약물에 의지하지 않겠습니다.’ ‘넷째, 나는 자살을 하지 않기 위하여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고민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담하겠습니다.’ 이렇게 한 다음에 날짜 적고 서약자 누구, 증인 누구. 증인까지 여기에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사인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 박재홍>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자살이라는 단어, 꺼내기도 부담스럽습니다마는 술이나 담배, 약물에 의지하지 않겠다, 이런 내용을 과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 김성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면 아이가 8살 정도 밖에 안 되잖아요. 이런 어린 아이가, 이런 서약서 건네면서 ‘엄마, 이거 사인해줘야 돼.’ 이렇게 얘기를 했을 때 어떤 느낌일까. 저는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그 또래의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이 곧 법이거든요. 꼭 사인을 받아가지고 가야 돼요. 사인을 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마 굉장히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아이 엄마도 똑같이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은데요. 이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 담당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과연 알기나 하고 있을까 이런 글을 올렸고, 아이들 수준에 맞는 안내장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실적내기에 급급한 교육청과 학교는 반성하시라, 이런 글도 올렸습니다.
◇ 박재홍> 아이 엄마의 지적처럼 학교가 좀 뭐랄까요, 행정편의주의 이런 거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걱정도 드네요.
◆ 김성완> 올해 초에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는 어떻게 해서라도 자살을 두 자릿수 이하로 줄이겠다, 이렇게 공언을 했었는데요. 왜냐하면 작년에만 118건. 그러니까 자살하는 학생이 118건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전국의 초중고에서 자살하는 학생이 630명이나 됐는데요. 그러니까 사흘에 한 명꼴로 자살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초등학생 자살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 박재홍> 아휴, 한숨이 나오네요.
◆ 김성완> 그러니까 이런 현실을 반영을 해서 일선 학교에서 자살예방교육을 올해부터는 부쩍 많이 시키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교육을 시키다가 벌어진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한편으로는 또 이런 생각이 듭니다. 교육청이나 교육부 장관까지 이렇게 자살예방하라, 자살 발생 건수를 세 자리에서 두 자릿 숫자로 줄이라고 하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자살을 좀 줄여보겠다, 이런 욕심과 과욕이 일단 생겼을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초등학생들한테 맞는 자살서약이나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하기보다는 어디서 어른용, 중고등학교에서 썼던 그런 자살예방서약서 같은 걸 갖고 와서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나눠준 것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한편으로 해보게 됩니다.
◇ 박재홍>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원인을 찾아서 환경이라든지 조건을 바꿔야지, 자살 그 자체의 숫자만 줄이겠다, 이런 정책이 실제로 도움이 될까 모르겠네요.
◆ 김성완> 이게 사실은 지금 교육 현실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동안에 여러 차례 지적이 되어 왔었습니다. 교육부가 사실은 초등학생들의 자살 문제에 대해서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한 바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실태파악도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데요. 자살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서약해라, 그래서 거기에 서약하면 정말 자살률이 줄어드나요?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사실은 좀 의문인데요. 왜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그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찾아서 그걸 하나하나씩 해결하는 노력을 하면 안 될까?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어제 바로 나온 뉴스인데요.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하고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아동의 행복감을 다른 나라하고 비교하는 연부를 했어요. 4만 2500명을 조사를 했는데.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이 조사대상인 12개국 아동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거의 꼴찌 수준이에요. 루마니아 아이들의 행복감이 가장 높았다고 하는데,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더 빈곤한 네팔이나 에티오피아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보다 행복감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저도 사실은 이해가 돼요. 제 아이도 학원을 가긴 하는데요. 아이들을 학원 많이 보내는 집은 밤 늦게 아이가 돌아와서 숙제할 시간도 없이 그냥 피곤해 쓰러져 잠자는 게 현실이거든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그러니까 한국 아이들은 가족이나 물질, 대인관계, 외모, 신체, 성적 이런 부분에 있어서 만족감이 다 꼴찌 수준이었습니다. 연구진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부모가 정한 기준에 아이들이 맞추도록 그렇게 하지 말고, 부모가 아이들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도록 고민해보라.이런 얘긴데, 일선 학교에서도 그러면 아이들의 행복감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 그걸 먼저 고민해야지, 자살을 하지 마라,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라고 하는 것, 그것 자체가 정말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것부터 하나하나 학교측에서 관심을 세심하게 가져야 할 것입니다.
◇ 박재홍> 어린이날 지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 행복을 지켜줘야겠습니다.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어요.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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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19(화) [행간] 초등생에게 자살 금지 서약서 강요하는 학교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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