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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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내용은요?
◆ 김성완> 혹시 요즘 아이스크림 가격이 얼마 정도 하는지 아세요?
◇ 박재홍> 아이스크림이요? 갈 때마다 세일하고 반값할인해서 막상 가격을 모르겠어요. 1000원 내외? 1200원?
◆ 김성완> 헷갈리시는 분들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가격은 시어머니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른다, 이렇게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게 파는 사람 마음입니다. 왜냐하면 아이스크림의 권장소비자가격이 적혀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며느리도 모르는 아이스크림 가격,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저도 컨슈머 리서치가 결과한 조사를 보고 놀랐는데. 가격표시를 하는 아이스크림 제품이 거의 없더군요.
◆ 김성완> 맞습니다. 없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시중에 판매되는 아이스크림과 빙과류 31개 제품을 조사했는데요. 가격이 그 제품에 적혀있는 게 딱 한 개밖에 없더랍니다. 제 값 주고 아이스크림 사먹는 게 이상한, 그런 시대가 되어 버렸는데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1년 내내 아이스크림 반값세일, 이런 거 하잖아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1+1도 많이 하고.
◇ 박재홍> 맞아요.
◆ 김성완> 도대체 내가 아이스크림 사먹으면서 가격을 얼마 주고 사먹는지를 알 수가 없는 이런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아이스크림만 그런 게 아니라 과자나 라면도 거의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데요.
◆ 김성완> 오십보 백보입니다, 사실은. 아이스크림이 조금 더 심각하다는 것뿐이고요. 사정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컨슈머리서치가 2년 전 5월에 조사한 것과 이번에 조사한 걸 비교를 해봤더니요. 가격을 표시한 과자가 77%에서 53%로 23%가량이 오히려 줄었고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31개 품목의 가격표시가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라면 역시 가격을 표시한 제품이 51%에서 45%로 6%가량 줄었습니다. 이것도 역시 각 회사 제품별로 잘 팔린다고 하는 라면의 가격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 박재홍> 그런데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게 강제사항이 아니라면서요?
◆ 김성완> 맞습니다. 표시를 하든 안 하든 정부가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데요. 일종의 권장사항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 황당한 사연이 숨어있는데요. 아마 얘기를 들으시면 도돌이표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는 가격이 다 적혀 있었는데 왜 지금은 없지 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2010년 7월 이전까지는 과자나 라면, 아이스크림, 이 세 가지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반드시 표시해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가격결정권을 시장자율에 맡기겠다, 이러면서 제조업체가 가격을 표시하는 게 아니라 판매자가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오픈 프라이스 제도’라는 걸 도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도도입을 해놓고 1년 만에 '판단이 잘못됐습니다, 실수입니다.' 백기투항을 하고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폐지하고 다시 권장소비자가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이번에는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도는 도입했지만 반쪽짜리로 도입을 한 건데요. 권장소비자가 제도를 도입했지만 의무제가 아니라 가격표시를 시장자율에 맡겨놓은 겁니다. 그래서 지금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거예요.
◇ 박재홍> 하기는 해야 되는데 의무는 아니다.
◆ 김성완> 알아서 해라.
◇ 박재홍> 그러면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 김성완> 안 해도 되는 거니까 똑같은 얘기가 되어 버린 거예요.
◇ 박재홍> 그러면 왜 이렇게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겁니까?
◆ 김성완> 위정자들이 귀가 얇고 무능하기 때문인데요. 이쪽 얘기를 들으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쪽 얘기를 들으면 저 말도 맞는 것 같다, 이런 식입니다. 그 사이에서 소비자 등만 터지는 상황이 됐는데요. 권장소비자가격을 시행하던 시절을 한 번 떠올려 보시면 아실 겁니다. 제조업체한테 소비자들한테 권장하는 가격을 적으라고 했더니 어떤 현상이 벌어졌냐면요. 터무니없게 애초부터 부풀린 가격을 써놓는 겁니다. 그래서 유통업체와 짬짜미를 해서 또 엄청나게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서 판매를 하는 그런 현상이 벌어졌거든요. 그래서 소비자 기만이다, 차라리 업계 자율에 맡겨라, 이런 얘기가 그때 나왔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오픈 프라이스 제도’인데요. 그랬더니 웬걸, 권장소비자가격을 없앴더니 이번에는 가격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졌어요. 소비자는 가격이 얼마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품을 사고 있고요. 제조업체는 또 눈치 안 보고 가격을 확 올려놓고. 판매업체는 자기 멋대로 뻥튀기한 가격 써놓고 마치 엄청나게 할인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박재홍> 그야말로 서민들이 먹는 거 아닙니까? 아이스크림, 과자.
◆ 김성완> (웃음) 저도 입이 궁금할 때 많이 먹거든요.
◇ 박재홍> (웃음) 그러니까요. 이걸 자기 멋대로 뻥튀기해놓고, 소비자들이 모를 수도 있고 우롱할 수도 있는 그런 건데. 그러면 해결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김성완> 딱 도돌이표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것도 역시. 소비자 단체는 다시 5년 전처럼 가격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글쎄요. 그렇게 하려면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되잖아요. 하지만 요즘 정부 분위기가 그거하고는 정반대 아닙니까?
◇ 박재홍>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 김성완> 예. 분양가 상한제도 지금 폐지를 한 상황이고. 규제 암덩어리다, 이런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들고요. 또 설사 가격표시를 의무화한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까 이런 의문도 생깁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겁니다. 가격 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조업체들이 윤리경영을 해야 하는데. 글쎄요. 그것도 기대난망인 것 같고요. 툭하면 담합하잖아요. 과자 주재료 외인 밀가루, 우유, 설탕에서부터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담합. 그리고 심지어는 과자 포장지까지도 담합하는 세상이에요. 이런데 어떻게 시장자율에 맡겨놓을 거냐, 이런 숙제가 남아있는 것 같고요. 이렇게 제조업체들이,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못 하면 정부가 감시를 똑바로 해야 되잖아요. 이것도 현재로써는 기대난망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요, 공정위가 과징금 때리는 거 보면 아시잖아요. 찔끔찔끔 때리잖아요. 기업들이 판매하고 얻는 이익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니까 기업들이 계속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고요. 또 공정위가 최근 10년 동안 불공정행위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 한 340건이 넘거든요. 하지만 정식 재판으로 간 사건은 10건 중에서 2건이 채 안 됩니다. 그러니까 검찰도 제대로 처벌을 안 하고 있다, 이런 얘기인데요. 검찰 얘기를 들어보면 검찰은 ‘공정위가 사건 공소시효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한테 고발한다, 조사도 못한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김성완>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 이런 얘기밖에 못 드리는 것 같은데요.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도돌이표 삶을 살아가야 되는 거 아닌지 참 걱정이 됩니다.
◇ 박재홍> 여기까지 듣죠.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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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30(목) [행간] 며느리도 모르는 아이스크림 가격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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