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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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15(수) [행간] 위안부 교재에 '환향녀' 비유 담은 여성가족부
201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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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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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은 어떤 주제 준비해오셨나요?

◆ 김성완>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제작한 교육용 교재가 지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학생들에게 위안부 여성을 마치 몸을 팔다 온 여성으로 잘못 인식하게 만들 소지가 있도록 기술을 한 건데요. 위안부를 '환향녀' 취급한 여성가족부,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어제 인터넷상으로도 이 문제가 굉장히 시끌시끌했습니다.

◆ 김성완> 시끄럽다뿐이겠습니까? 당장 교재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주장으로 넘쳐났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만든 교재가 일반적인 역사 교과서가 아니잖아요. 어린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제대로 한 번 가르쳐보겠다, 또 일본이 다시는 역사 왜곡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이런 취지에서 만든 역사 교육용 교재고요. 일본군 여성 인권 침해 사례를 고발하기 위한 차원도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여성가족부가 참여를 해서 만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교재가 오히려 위안부를 잘못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비판에 휩싸였으니까 얼마나 시끄러웠겠습니까?

◇ 박재홍> 그리고 문제가 됐던 부분이 책자 형태의 교재가 아니라 동영상이었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위안소에서의 생활, 그리고 귀향’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가장 큰 문제가 됐는데요. ‘명자’라는 소녀가 일제에 강제로 동원이 되어서 위안부로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온갖 고초를 겪은 뒤에 고향으로 돌아왔는데요. 주민들이 ‘명자’를 보고 수군수군하는 겁니다. 말풍선이라고 하잖아요. 우리 만화 같은데서 쓰는. 말풍선도 있고 말도 나오는데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 얘기 들었어요? 명자가 3년 동안 일본군들에게 몸 팔다 왔대요.” 이런 표현이 나오는데요. 이게 초등학교 6학년 이상 학생들이 보는 교재 안에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소를 만든 이유를 설명한 부분도 논란인데요. 일본군이 위안소를 만든 이유를 네 가지를 정리를 했는데, 점령지역 여성에 대한 성폭행을 방지하고, 성병으로 인한 병사들의 전투력 소모를 방지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는 군인들에 대한 위로 차원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기술이 되어 있는데. 이게 일본이 보는 관점에서 서술을 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면 우리의 반박이나 이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이런 내용이 함께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주장만 일방적으로 담고 있다, 이것도 또 논란이 됐습니다.

◇ 박재홍> 행간 제목에서도 말씀을 하셨습니다마는 많은 분들이 이번 논란을 보면서 ‘환향녀’라는 표현이 떠올랐을 것 같아요.

◆ 김성완> 저도 그랬고요. 다른 분들도 아마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흔히 병자호란 당시에 청나라로 끌려갔다 돌아온 여성을 ‘환향녀’라고 부른다, 이렇게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사실과 다릅니다. 이 부분부터 잠깐 짚어보면요. 당시에 인조실록을 비롯한 어느 기록에도 ‘환향녀’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게 민간 차원에서 언제부터인가 정절을 지키지 못하는 여성을 부르는 말, 병자호란 이후에 등장한 말이다, 이런 정도의 어떤 구전기록이 있으면 모를까 공식 사서의 기록에는 남아있지 않은 말이고요. 또 하나 이제 아픈 역사가 여기에 숨어 있는데, 병자호란 당시에 청나라로 끌려갔던 조선인, 흔히 이제 역사에서는 ‘피로인’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피로인’이 몇 명 정도 될 것 같으세요?

◇ 박재홍> 수십만 되지 않았을까요?

◆ 김성완> 50만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인원인데요. 수백명씩 무리를 지어서 끌고 가는 모습이 일주일 동안 목격이 됐다고 하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끌려갔고요. 당시 청나라 군대가 인간사냥을 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을 끌고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항하면 살해하고 또 끌려간 사람들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인간시장에 내다팔리기도 했거든요. 특히 여성들의 고초가 굉장했는데요. 심양에서 조선으로 돌아오면 당시 청나라의 압박을 받은 조선 정부가 그 사람들을 다시 끌고 가서 청나라에 갖다줬어요. 또다시 도망을 쳐서 돌아온 여성들도 남편한테 버림을 받거나 자살을 강요하는 사례까지 있다,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보면 역사를 여성에 국한되어서도 안 되고 좀 넓게 보는 차원에서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주장들도 있고, 역사 표현에 기록에 ‘환향녀’라는 표현도 없기 때문에 명지대 한명기 교수는 돈을 주고 사온 여성은 ‘속환녀’라고 하자, 당시에 은자를 주고 사오기도 했으니까요. 또 어떤 방식으로 돌아왔는지 확실치 않은 여성은 그냥 ‘귀환 여성’이라고 부르자. 이런 제안을 했을 정도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역사적인 사실을 기술할 때 학계에서도 여성의 정절을 연결시키는 것을 좀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거네요.

◆ 김성완>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을 더 이해하기 어려운 건데요.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도 이번 교재 만드는데 참여를 했고 동북아역사재단까지 참여를 해서 제작을 했습니다.

◇ 박재홍>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를 했는데 왜 그랬을까요? 이해가 안 가는데.

◆ 김성완> 저도 그런 부분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의문인데요. 좀 더 황당한 것은 역사 저술가들이 자신들 스스로 위안부 여성을 표현할 때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여가부에서 운영하는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이라는 게 있거든요, 인터넷 페이지입니다. 일본군 위안부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을 제가 말씀을 드리면, 국제사회에서는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표현을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위안부'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이유를 ‘위안부 생존자들이 자신을 성노예로 부르면 정신적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교육용 교재 동영상에는 “몸을 팔다 왔대요.”라고 하는 표현을 썼거든요. 그러니까 좀 더 황당하다는 거고요. 사실 이번 교과서가 문제인 이유는 이것 말고도 더 큰 문제가 사실 따로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가요? 그건 뭔가요?

◆ 김성완>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라는 교재를 왜 만들었습니까? 아마 다 아실 것 같아요. 일본 아베 정권이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으로 취급한다는데 분노했기 때문에 만든 거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여성인권침해 사례를 국제사회에 알리자고 해서 만든 건데요. 그런데 일본 측이, 만약 우리가 이번에 만든 교재 그 동영상을 보고 뭐라고 하겠습니까? 우리더러 여성인권 침해했다고 하는데 알고 봤더니 그 여성들이 그 나라에서도, 한국에서도 인권 침해당하고 있더라. 그렇지 않냐라고 반박했을 때 우리가 뭐라고 얘기하겠느냐는 거예요.

◇ 박재홍> 입장이 궁색해질 수 밖에 없겠네요.

◆ 김성완> 맞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을 향해서 대항하기 위해서 만든 교재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깎아내리는 교재가 되어 버렸다는 거예요. 그리고 사실 역사를 기술할 때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는데요. 위안부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멸시나 차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그런 사실이 있다고 하면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데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위안부 문제를 여성의 문제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왜 그 여성들이 일제에 의해서 강제로 동원되어서 끌려갈 수밖에 없었는가, 그 당시 우리 권력층은 뭐 했는가, 우리는 왜 그걸 막지 못했는가라고 하는 반성에서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거든요. 역사의 관점을 너무 여성 문제로만 국한하지 말고 전체적인 흐름에서 여성의 인권침해 문제를 다뤘어야 되는데 그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이런 점을 문제로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논란이 커지자 이제 여성부와 교육부가 다시 교재를 만들겠다, 이런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