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민철 ('문학이 사랑한 꽃들' 저자)

이번 주 강원도에서는 때아닌 대설주의보와 함께 폭설이 내렸습니다. 이렇게 저온현상으로 개화가 늦춰지는 곳이 있는 반면, 제주도 한라산 고지대에서는 ‘털진달래’가 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네요.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꽃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혹시 소설을 읽고 나서 어떤 꽃이 나왔는지 기억하는 분들 있으신가요? 보통 꽃보다는 사람, 주인공 위주로 스토리 위주로 기억하실 텐데 최근 우리 문학 속의 꽃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 나와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꽃과 사랑에 빠진 기자님이세요. ‘문학이 사랑한 꽃들’의 저자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를 만나보겠습니다. 김민철 기자님, 안녕하세요.
◆ 김민철> 안녕하세요.
◇ 박재홍> 제가 조사해 보니까 원래는 정치부, 사회부 기자셨네요.
◆ 김민철> 네, 정치부 하고 사회부에 있었습니다.
◇ 박재홍> (웃음) 그런데 어떻게 꽃과 사랑에 빠지게 되셨나요?
◆ 김민철> 제가 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봄 무렵인데요. 그 당시 예닐곱 살 먹은 큰딸이 호기심이 많아서 “아빠, 이게 무슨 꽃이야?” 이렇게 자꾸 물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제가 무슨 꽃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얼버무리면서 “나중에 알려주마, 엄마한테 좀 물어봐라.” 이렇게 넘어갔는데 딸이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하는 겁니다. 그만큼 흔한 꽃이기도 했는데요. 계속 얼버무리면 아빠 체통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어쩔 수없이 꽃에 관한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찾아보니까 그게 씀바귀라는 꽃이었습니다. 막 피어나기 시작을 한 꽃입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꽃 공부가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었습니다. 딸한테 꽃 이름을 알려주려고 공부하다가 제가 빠져버린 겁니다.
◇ 박재홍> 아니, 정치부 기자랑 사회부 기자 많이 하셨고 정치부 기자를 오래하셨다고 그랬는데 다른 동료 기자들은 꽃에 빠진 김민철 기자님을 보고 뭐라고 하세요?
◆ 김민철> ‘딱 할 일이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합니다. 계절에 따라서 볼 꽃도 있고 계속 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이번에 쓰신 책을 보니까 ‘문학이 사랑한 꽃들’인데 문학 속에 있는 야생화에 주목을 하셨어요.
◆ 김민철> 예.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 다음에 소설을 읽다 보니까 전과는 좀 느낌이 달랐습니다. 주요 소재로 쓰인 야생화, 그리고 소설의 상징이라고 할 만한 꽃들이 보이더라고요. 기왕이면 젊은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소설에 대입시켜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10여 년 동안 이어온 꽃 공부, 그리고 문학청년의 삶이 함께 결합한 그 작품인데 책을 보니까 33편의 한국문학 속에 야생화 이야기를 꼽았습니다. 저는 꽃에 둔감한 남자여서 소설 속에 꽃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몰랐는데, 하나만 소개해 주실까요.
◆ 김민철> 예. 예를 들어서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설에는 도라지꽃이 주인공의 사랑을 상징하는 꽃으로 나오는데요. 조로증이 걸려서 투병하는 17살 아름이가 주인공입니다. 그 아름이가 불치병에 걸려서, 역시 불치병에 걸린 서하라는 여자친구와 이메일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아름이가 서하를 그리워할 때마다 도라지꽃이 상징으로 나옵니다. 아름이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을 상징하는 곳이 도라지꽃이기 때문에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이 책을 보니까 꽃 사진도 많이 있던데. 이것도 다 직접 찍으신 겁니까?
◆ 김민철> 대부분은 제가 찍었고요. 부족한 사진은 야생화 사진을 잘 담는 분들한테 부탁해서 얻었습니다.
◇ 박재홍> 토요일날 유일하게 쉬시는데 가족들이 뭐라고 안 하세요? 같이 가십니까, 그러면?
◆ 김민철> 그런데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잘 따라왔는데 컸거든요. 지금은 잘 안 따라오려고 해서 요즘은 집사람하고 같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박재홍> 꽃 찍으러 가시면서도 고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꽃 영정사진을 찍었다 이런 말도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이에요?
◆ 김민철> 꽃의 마지막 모습을 찍은 것을 야생화 공부하는 사람들이 ‘영정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얘기를 하던데요. 하나를 찍으려고 하면 누군가 꽃들을 그 자리에서 잘라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은 못 찍게 하려고 하는 거죠. 꽃에 물방울 맺힌 사진을 찍는다고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사람도 있고요.
◇ 박재홍> 일부러요?
◆ 김민철> 또 꽃의 방향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마음대로 돌리면서 찍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것들은 꽃에 아주 치명상을 줄 수가 있습니다. 아주 몰지각한 사람들입니다.
◇ 박재홍> 자연과 좀 떨어져서 말이죠. 그렇게 사진을 찍어야지 인위적인 손길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 봄꽃, 꽃놀이 가시는 분들 많으신데 올해는 어떠세요, 봄꽃 많이 보신 건가요?
◆ 김민철> 올해는 유난히 겨울부터 꽃이 보고 싶어서 1월 말부터 좀 꽃을 보러 다녔습니다. (웃음)
◇ 박재홍> (웃음) 그러시군요.
◆ 김민철> 1월 말에 피는 꽃이 납매와 풍년화가 있는데요. 1월 말에 수목원을 찾아가서 봤고요. 2월 중순에는 변산바람꽃이라고 하는 꽃이 야생화 중에서는 가장 먼저 피는 꽃입니다. 그걸 보러 남해안에 다녀왔고 3월부터는 주말마다 초봄 야생화를 보려고 수도권 일대 산을 좀 다녀왔습니다.
◇ 박재홍> 지금 금요일이기 때문에 또 주말 나들이 계획 세우시는 분들 많을 것 같아요. 수도권 일대로 꽃을 보러간다고 하면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추천해 주신다면.
◆ 김민철> 요즘 꽃축제 하는 데도 많이 있으니까. 거기 가셔도 되고요. 특히 수도권 일대에서는 천마산이 야생화 하는 사람들한테는 성지 비슷한 곳이라서요.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 박재홍> 야생화의 성지라고 말씀하시니까 왠지 산이 좀 신비로워 보이네요. (웃음)
◆ 김민철> 굉장히 다양한 꽃들이 피는 곳입니다.
◇ 박재홍> 그래요. 또 산에 있는 꽃을 야생화를 또 보려고 열심히 하시다 보면 또 오지를 또 깊숙이 들어가시기도 할 거 아닙니까.
◆ 김민철> 그러다가 길을 잃고 혼나기도 하고 낭떠러지 비슷한 데서 가까이서 찍으려고 접근하다가 약간 다친 경험이 있습니다.
◇ 박재홍> 조심하셔야겠네요. (웃음) 사진에 너무 욕심을 내시다가 다치시면 큰일나죠. 아까도 잠깐 꽃을 사랑하는 법, 또 사진 찍는 법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마는 꽃을 보는 법, 감상하는 법 또 간략히 말씀해 주신다면.
◆ 김민철> 특별한 방법은 없고요. 다만 꽃과 눈을 한번 마주쳐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박재홍> 눈을 마주쳐라?
◆ 김민철> 꽃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건데요. 그러면 아마 지금과 좀 달리 보일 거고요, 꽃을 자세히 보면 이름도 궁금해지게 되니 꽃 공부를 하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아무튼 오늘 금요일을 맞아서 주말 나들이하실 때 참고하시라고 꽃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민철>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문학을 사랑한 꽃들’의 저자죠.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