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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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5(목) [행간] 한발 다가선 朴대통령, 뒤로 물러선 아베
2015.03.05
조회 493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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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주제로 넘어가보죠.

◆ 김성완> 가수 이광조 씨가 부른 노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은데요. 최근 한일관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사이가 바로 이 노래 제목 같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 발 다가선 박 대통령, 뒤로 물러선 아베,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일본 외무성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글을 바꿨다고 하잖아요. 삭제된 내용도 있고. 그 말씀을 하시려는 거죠?

◆ 김성완> 맞습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을 통해서 밝혀진 내용인데요. 최근 일본 외무성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한국 소개글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 기존에는, 문구를 좀 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우리나라, 일본을 얘기합니다. ‘우리나라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에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나라다, 그게 바로 한국이다.’ 이렇게 소개를 했는데요. 최근 이 문구를 아무 수식어 없이 그냥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다.’ 이렇게 교체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박재홍>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나라와 그냥 중요한 이웃나라. 완전히 다르잖아요.

◆ 김성완> 네, 맞습니다. 글자 몇 개 뺀 게 뭐 그리 대수냐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쉽게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옆집 사는 친구예요. 그 친구를 내가 소개할 때 “얘는요, 나랑 생각도 비슷하고 성향도 비슷한데 우리 옆집에도 살아요.” 이렇게 얘기하는 것하고 어느 날부터인지 이 친구가 “얘는 그냥 우리 옆집에 사는 친구예요.”라고 얘기하는 건 완전히 어감이 다르잖아요. 아마 이런 얘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이렇게 물어볼 겁니다. “너네 혹시 싸웠니?” 이렇게 물어볼 것 같은데요. 아베 총리는 그동안 정치적으로는 극우 행보를 보였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는 여러 차례 만나고 싶다, 호감을 표시한 적이 있었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연설에서 한국을 표현할 때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을 집어넣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시정연설부터 말을 싹 바꿨는데요. 그냥 한국을 ‘중요한 이웃나라다’, 이런 식으로 바꾼 겁니다.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옆집 사는 친구예요.’라는 표현을 하기 시작한 건데요. 외무성 홈페이지가 바뀐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한일관계를 설명하려면 여기에 한 가지 스토리를 더 추가를 해야 되는데요. 그 스토리가 뭐냐하면 지금은 아베 정부의 관점에서 제가 설명을 해 드렸잖아요. 이걸 한국의 관점, 우리의 관점으로 설명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박재홍>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 김성완> 예를 들면요, 옆집 사는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아이를 되게 싫어해요, 그런데 그 아이는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서 나를 자꾸 귀찮게 해요, 그런데 애는 싫지만 아쉬울 때가 있을 수 있잖아요. 왜냐하면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숙제가 뭔지 잘 모를 때, 또 시험공부를 할 때 선생님이 어떤 부분을 중요하다고 하셨어? 이런 거 얘기하면 서로 도움이 되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바꿔먹고 이제는 좀 친해보려고 노력하려고 하는중에 그 친구한테 가서 친해지고 싶어,라고 말하는데 딱지를 맞은 이런 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요, 작년 3월 한미일정상회담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아베 총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양옆에 있었잖아요. 그때 아베총리가 박 대통령을 향해서 “반갑스무니다.” 이렇게 인사를 했는데 박 대통령이 눈길도 안 주고 눈을 아래로 딱 깔고 있었죠.

◇ 박재홍> 찬바람이 불었네요.

◆ 김성완> 그만큼 양국 관계에 찬바람이 불고 냉랭한 관계가 계속 유지가 됐었는데요.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는 박 대통령 기념사를 꼼꼼히 뜯어보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를 했었고요. 일본을 표현할 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나라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서 이렇게 우호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 이때가 처음입니다. 그런데 아베 정부는 박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어떻게 했습니까? 박 대통령과 정반대로 가치공유라는 말을 싹 빼고 ‘중요한 이웃나라다.’ 이렇게 지금 표현을 하고 있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말씀하신 대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이 말이 생각이 나는데.

◆ 김성완> 네, 그렇죠. 딱 그 표현이 맞는 상황이 된 거죠.

◇ 박재홍> 우리나라는 그렇다고 치고 일본은 왜 또 이렇게 입장이 바뀐 겁니까?

◆ 김성완> 아베 총리 붙잡고 제가 한 번 물어보고 싶어요. “왜 바꿨습니까, 왜 입장이 달라졌습니까?”라고 얘기하고 싶은데요.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아사히 신문측에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한국사법과 한국사회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이게 이제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보도했던 산케이 신문 가토 지국장을 한국 검찰이 기소를 했었잖아요. 그때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 이런 반발이 있었는데. 그런 모습에 실망했다라는 그런 분석도 있고요. 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한국법원에 대한 불신도 반영됐다, 이런 분석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분석은 가능할 것 같은데요. 그것보다는 그동안에 박근혜 대통령과 소원했던 관계, 한일관계가 계속 멀어졌던 그런 관계가 다 그 밑바탕에 깔려 있고. 혹시 그동안에 구애를 하다가 좀 지쳐서 이제는 우리들끼리 우리 살길대로 가자, 이렇게 결심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박재홍> 그렇지만 또 한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없다, 워낙 가깝기 때문에. 그게 고민 아닙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몇 천년의 관계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군사제국화, 제가 볼 때도 다 마음에 안 들고 그러는데요. 하지만 주목할 것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한일양국정상이 서로 계속 멀어지고 있는 사이에 일본 내에서는 양심적인 지식인의 목소리가 오히려 위축이 됐고요. 극우세력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어 왔었죠. 그리고 한때 뜨거웠던 한류도 이제는 좀 시들하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 박재홍> 그런 말씀 많이 하시죠.

◆ 김성완> 일본 사람이나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한테 물어보면 직접 그런 얘기도 많이 하고 있고요.

◇ 박재홍> 혐한류 시위도 있다고 하고요.

◆ 김성완> 그리고 경제교류규모도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고요. 또 외환위기의 안전판이던 한일통화 스와프도 끝났지 않습니까, 최근에. 이런 문제들을 보면 외교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도 참 중요하다,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외교관계라고 하는 건 미워도 볼 수밖에 없는 그런 때도 있잖아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아니라 ‘미워도 다시 한 번’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게 외교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어쩌면 그 타이밍을 놓치고 명분과 실리를 다 잃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한 것 아닐까, 그런 걱정이 들게 만드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런 점에서 아쉽다라는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