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204목 인생이 순례길인지도.. 걸으면 해결된다
그대아침
2025.12.04
조회 87
나, 너, 그리고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걷기 시작한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마냥 그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정 없이 오늘도 걷고 또 걷는다.
보통은 목적지가 명확하고, 가끔은 어딘지 알지 못하는 곳을 향해 무작정 걷는다.
터벅터벅, 그리고 성큼성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 즉 나그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극작가인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간을 이 단어로 이해하려 했다.
언제나 길 위에 있거나 어딘가를 향해 떠나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생을 지칭할 때도 우리는 길에서 의미를 찾곤 한다. 꿈을 향해, 
때로는 유한한 인간의 마지막을 향해 떠나는 시간의 흐름을 걷는 것에 비유한다.
호모 노마드(Homo Nomad) 유목하는 인간, 즉 유목민, 생존을 위해
장소를 이동하는 의미의 이 단어는 분명 일반적인 걷기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솔비루트 암불란도(Solvitur Ambulando).' 라틴어로, '걸으면 해결된다'는 의미다.
인생은 어떻게 보면 개개인의 순례길인 것만 같다. 그렇게 우리는 걷고 또 걷는다.
왜 걸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한 채 무작정 걷기도 한다.
의미를 찾느라 애를 쓰고, 손에 잡힐 듯 하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것만 같은 순례자의 심정이 되어....

하지만 보통의 우리는 걸을 때 이처럼 커다란 철학적 사유를 가슴에 품고 걷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걷지 못한다. 출근시간에 까딱 잘못하면 지각일지도 모르는 어느 김보통씨를 떠올려보자.
만원 버스, 만원 지하철, 만원 길거리까지 사람들로 넘쳐나는 그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며 최소한의 시간마저 절약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형마트 마감 타임세일 때 킬리만자로를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 못지않게 주위를 배회하며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하는 일상의 김보통 씨마저 나와 다를 바 없다.
보통의 우리는 철학적 사유가 아닌 현실적이자 치열한 목적의식을 갖고서 걷는 것은 아닐까 싶다.
분명 우리는 알고 있다. 삶을 언제나 '체험 삶의 현장'과 같은 치열함 속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행복과 여유는 치열함에서 잠시 벗어난 어느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을. 
내가 몰랐던 무엇인가를 나도 모르게 만나게 되는 우연과 설렘,
그리고 놀라움이 걷기라는 행위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조기준의 <쓸데없이 열심입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