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231수 바퀴 위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딛고 멈춰 서 보기
그대아침
2025.12.31
조회 82
주위에 바퀴 달린 물건이 많아지고 있다. 길에 굴러다니는 자동차야 말할 것도 없고,
의자와 냉장고, 침대, 여행 가방과 계단, 심지어 어린아이들의 신발 바닥에까지도
바퀴가 달려 돌아가고 있다. 청계천에 나가 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물건에
부착할 수 있는 수백 가지의 바퀴들을 갖춰놓고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한곳에 붙박이로 머물러있던 가구들, 전적으로 근육의 힘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었던 물건들에 바퀴가 달리는 현상에는,
사물의 자연스런 진화 과정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의자는 사람이 한곳에 정지해 있으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어떤 일에 
집중하기 위해 만든 물건이었다. 의자는 동물인 사람을 정적인 식물의 상태로
변화시키는 도구이며, 의자에 앉은 사람에게서 다리의 활동성을 일시 정지시킨다. 
그런 의자의 다리에 바퀴가 달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바퀴 달린 의자는 더 이상
정지와 집중의 도구가 아닌, 어디로나 굴러갈 수 있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탈것이 되며,
의자에 앉는 행위는 더 이상 좌정을 의미하지 않게 된다. 외형상으로는 앉아 있지만
서 있는 상태, 수시로 이동할 태세를 갖춘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모든 사무실에 보급되고 있는 사무용의자는 직원들을 유동적인 바퀴 위에
올라앉은 상태로 일하게 한다. 쾌적한 사무용 의자 위에 안정적으로 앉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고스란히 컨베이어벨트와 같이 구르는 바퀴 위에
올라가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지만, 그 바퀴 위에서 자신이 언제라도
흔적도 없이 미끄러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의자와 냉장고에 바퀴를 달고 있는 동안 우리의 발밑은 미끄러지듯 구르는 
바퀴들과 그것들이 어디서나 잘 구르도록 하기 위한 포장으로 뒤덮이고 있다. 
바퀴의 매개 없이 직접 발을 디딜 수 있는 빈 공간은 이제 우리에게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있다.
자동차 바퀴 위에 앉아서 집과 작업실을 오가고 바퀴 위에 앉아서 글을 쓴다.
삶은 구르는 바퀴 위에서 서커스의 광대들처럼 불안한 균형을 잡는 일이 되었다. 
아직까지 디자이너들이 식탁의자에까지 바퀴를 달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다.

*안규철의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